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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축물 안전 총점검하고, 내진기준 강화도 서두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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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축물 안전 총점검하고, 내진기준 강화도 서두르라

입력
2017.11.17 19:4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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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에 따른 건축물 피해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건축물 내진설계 체계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로티형 다세대주택을 떠받친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절반쯤 꺾여 아슬아슬한 상태로 서 있는 모습은 건축물 내진설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을 재촉했다.

당장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30년 이상이 된 건물에 대한 신속한 내진보강 조치와 함께 오랫동안 내진설계 의무적용 대상에서 빠졌던 5층 이하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학교나 도서관, 아파트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물은 우선적 내진보강 작업이 필요하다.

전국 건축물 가운데 규모 6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열 채 중에 한 채도 안 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건축법상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 273만8,172채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56만3,316채(20.6%)에 불과하다. 총 700여만채의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면 그 비율은 7.9%에 불과하다.

내진설계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건축물 내진설계가 1988년에야 도입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이 대상이었다. 따라서 그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은 일절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런 건축물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이후 2005년과 2009년, 올 2월에 걸쳐 내진설계 기준이 ‘2층 이상’으로 점차 강화됐지만, 그 이전의 건축물은 단층은 물론 3~5층의 낮은 건물까지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단독주택 400여만채 중 내진설계가 된 집은 4%를 조금 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46.6%에 불과하다. 정부는 12월 1일부터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모든 주택과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의 문제는 최소한의 내진설계 기준도 적용되지 않은 노후 건축물이다. 안전진단과 내진보강이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마땅찮다. 따라서 건축물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내진보강에 나서도록 하되, 적극적 유인책을 병행하는 게 필수적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유인책으로 내진보강 건축물의 지방세(재산세ㆍ취득세) 감면을 확대하고, 건폐율ㆍ용적율도 10%씩 완화했다. 하지만 내진보강 비용에 비해 혜택이 미미해 별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내진보강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 등 실효성 있는 유인책을 짜내야 한다. 내진보강 시장이 연간 6조원 규모에 이르는 일본 예에 비추어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운용 중인 24개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경주ㆍ포항 지진을 묶어 ‘탈원전’ 가속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일방적 움직임은 경계하더라도, 지반 구조와 진원의 깊이 등에 관계없이 규모 7.0의 지진에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최대지반가속도’ 기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지진대응 관련 수십 개 법률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이상,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도 지진 안전 관련예산의 우선적 배정이 필요하다. 자연재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히 대비하면 그 피해는 얼마든지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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