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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18년을 에너지전환 원년으로

입력
2018.01.11 17: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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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인하대학교 박희천 교수에 따르면 OECD 주요 선진국은 이미 10여 년 전에 전력소비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데, 한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 소비량이 2005년 대비 44%나 증가했다. 다른 나라는 줄고, 우리는 늘어나다 보니 2020년이 되면 한국이 1인당 전력소비량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영국의 3배가 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높은 것은 순전히 산업 때문이다. 에너지 다소비산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수출에 의존해 온 경제이다. 수출을 위해 낮은 전기요금제도를 유지해 온 결과 전력소비 중독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도 수요관리의 핵심인 전기요금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정책이 언제까지 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는 에너지 정책의 위상과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에너지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에너지 자체가 거대한 산업이다. 아직 채 형성되지도 못한 효율시장과 재생에너지 시장은 그 자체로 가능성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는데, IoT, 빅 데이터, 인공지능은 기술이고 수단이다. 무엇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인지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세계가 달려가는 방향은 에너지 효율과 전환이다. 정부가 역량을 집중하는 청년 일자리도 에너지 분야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전력산업을 분산형으로 전환해 수요관리, 지능형송배전,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이 결합하면, 다양한 형태의 시장과 일자리가 창출된다.

에너지전환의 이득을 지역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면 지역경제 기반도 만들 수 있다. 에너지 분권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의 역할은 불합리한 제도적 장벽을 해소해 합리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값싼 전기요금이 만들어내는 이득보다 더 큰 사회적 편익과 이득, 가능성을 보여주고 시민들과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인적, 물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볼 수 있다.

2020년 신기후체제 출범으로 화석에너지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일, 구글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사무 공간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 환경단체의 압력으로 삼성도 오는 6월, 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세계적인 변화의 바람이 너무나 거세다.

케인즈는 “변화가 힘든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다. 결국 오래된 관성이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정부는 올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2030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과 방식부터 기존의 틀을 깨는 기획이 필요하다. 산업부 뿐만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부, 기재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계획이 되어야 하고, 에너지기업, 노동자, 지자체, 에너지시민과 같이 기존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해당사자들이 계획수립의 주체가 되도록 설계해보자.

수요정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효율 개선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석탄을 억제하면서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을 국내로 흡수하면서 전환부문 할당량을 높이고,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도 마련해보자. 2018년 기후변화대응계획과 에너지계획을 잘 연동시킨다면 신 기후체제에 대비하면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올해야말로 에너지와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2018년을 에너지전환의 원년으로 만들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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