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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백남기씨 부검영장 재청구... 의료계 등 반박에도 들은척 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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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백남기씨 부검영장 재청구... 의료계 등 반박에도 들은척 만척

입력
2016.09.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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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차례 법원의 기각 결정에도 경찰이 검찰을 통해 시위 도중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가 사망한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재청구했다. 검경은 사망 책임소재를 가릴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까지 나서 영장청구 취지를 반박하는 등 반발 여론도 거세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검경은 26일 오후 늦게 법원이 요청한 전문 법의관 의견서와 부검 필요 사유를 추가해 부검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경찰은 부검 실시의 당위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입증할 자료를 상세하게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백씨가 쓰러진 원인과 어떤 메커니즘으로 사망에 이르렀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보완 과정에서 법의관들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백씨를 병원으로 옮길 때는 두피 밑 출혈(지주막하 출혈)로 기록됐으나 주치의는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폐정지(병사)로 사망했다고 밝혀 객관적인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조차 의학적 관점에서 부검의 불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외상성 뇌출혈로 오래 투병하면 급성신부전이 발생한다”며 “급성신부전이 직접 사인이 됐다 하더라도 사망원인은 외부적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검경의 논리를 반박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김경일 전문의 역시 “집회 당일 응급실에서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소견만 보더라도 물대포에 맞고 즉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 사인 논란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유족과 시민ㆍ사회단체들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부검 불가를 호소했다. 백씨 부인과 자녀들은 “법원 명령에 따라 경찰이 진료기록을 확보했는데도 왜 고인을 욕되게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탄원서를 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측도 부검영장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전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늦게 국제인권연맹, 유럽노총, 국제노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조자문위원회 등 4개 단체가 백씨에 대해 부검 영장을 청구한 한국 경찰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의 영장 재청구 소식에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 100여명은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영장 발부에 따른 강제 집행에 대비해 경찰의 움직임을 수시로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이 영장 집행을 시도할 경우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과 병원 입구부터 장례식장까지 막아 서고 강력하게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와 전북 전주 풍남광장 등에 백씨 추모 분향소가 설치됐고, 각 시ㆍ도 400여개 사업장에도 분향소가 차려질 예정이어서 정부 규탄 열기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부검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집회ㆍ시위에 대한 법 집행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원칙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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