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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ㆍ이방카 접촉 안 한 건… 청와대 ‘무리할 필요 없다’ 판단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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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ㆍ이방카 접촉 안 한 건… 청와대 ‘무리할 필요 없다’ 판단도 작용

입력
2018.03.03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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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강일-美 후커 대표단 포함

양측 모두 대화 준비는 한 상태

폐회식 불참해 물밑대화 관측도

‘남ㆍ북ㆍ미’ 정보채널 가동된 만큼

김여정ㆍ펜스 회동 무산 원인 파악

북미대화 위한 조건 조율한 듯

대북특사 등 해빙 속도 빠르자

일각선 “美가 더 급해” 이견도

4월 한미훈련 재개가 최대 위기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을 전후해 ‘평창 외교전’ 2라운드가 전개됐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회동 같은 화끈한 장면은 없었지만 북미 간 탐색적 접촉 정황들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불거지는 등 숨가쁜 한 주가 흘렀다. 평창올림픽을 전후한 남ㆍ북ㆍ미 3각 접촉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보기 위해 카톡방을 열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간 회동이 주목 받았지만 접촉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회식 때 북미 고위급 회동이 성사 직전까지 간 것과 사뭇 다른 모양새였죠.

삼각지 미식가(미식가)=청와대가 김영철 방남 전 “이번엔 북미접촉을 중재한 게 없다”고 밝혔듯이 애써 북미 간 다리놓기를 시도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회동 불발의 책임을 두고 양측 간 신경전이 이어진 상황에서 회동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 거죠.

광화문 문지기(문지기)=폐회식 대표단으로 북한에서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왔고, 미국에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왔죠. 대표단 구성을 볼 때 양측 모두 대화할 준비는 한 상태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최강일과 후커가 폐회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물밑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낳았어요.

사이다=이방카도 개회식 때 방한한 펜스 부통령과 대조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자제한 듯 보였어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이방카는 정치인보다 연예인 같은 인상이 강하죠. 방한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을 제외하면 경기 관람과 선수단 응원에 집중했어요. ‘북한의 이방카’라고 불리며 ‘미소 공세’를 편 김여정과는 최고 지도자의 가족이라는 점에서 비교됐지만 역할 자체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미식가=이방카는 트럼프 패밀리이지만 외교적 카드로 활용된 적은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북핵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을 피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의 정치적 메시지도 ‘한미동맹과 대북압박’이라는 원론에 머물렀습니다.

사이다=김영철도 서울과 평창을 오가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던 김여정에 비해 폐회식 참석 외에는 호텔에서 두문불출했습니다.

문지기=김여정은 고위급이지만 실무 책임자는 아닙니다. 김여정이 열어놓은 문을 통해 대남총책인 김영철이 내려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우리 측과 할 말이 많았을 거예요. 외교안보 라인 책임자들도 이 기회에 한반도 정국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김영철이 머문 숙소를 들락날락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김영철은 호텔에만 있고 우리 측 인사들이 찾아가는 모양새 때문에 “장관이 김영철을 알현하러 간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메아리=신변 안전 측면도 있어 보여요. 자유한국당이 살인마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보수 여론을 자극했거든요.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대책을 남측과 논의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온 터라 일을 그르칠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 같기도 합니다.

사이다=청와대도 철저히 로키로 움직였습니다. 남남갈등을 의식한 걸까요.

달빛 사냥꾼(달빛)=청와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기회가 기적처럼 찾아왔다고 보고 있어요.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만큼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청와대 비서들도 “같은 말도 직접 표현하는 것보다 완곡어법으로 가는 식”이라고 설명했어요. 북미 고위급 회동이 무산됐지만 한국의 중재 노력이 어느 정도 먹힌 상황에서 다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로키로 가는 거죠.

올해도 낮술(낮술)=펜스ㆍ김여정 회동을 주선하면서 남ㆍ북ㆍ미 채널을 가동시킨 만큼 2주 만에 무리하게 회동을 성사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회동이 불발된 원인을 파악하고 양측의 대화를 위한 조건을 조율하는 게 순서겠죠.

사이다=김영철 방남에 대해 보수 야당의 반발이 상당했죠.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뭔가요.

여의도 구공탄(구공탄)=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이유죠. 한국당은 통일대교에서 16시간 밤샘 농성까지 벌이면서 방남을 반대했고, 김영철이 돌아갈 때는 기습적으로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김영철 방남을 고리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린 것 같아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정체에 고민이 큰 한국당 입장에선 이만한 호재도 없었던 셈이죠.

마음은 콩밭에(콩밭)=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대화로 이끌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과의 만남이 반드시 필요했을 겁니다. 한반도 평화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걸고 국민의 이해를 바란다며 그의 방남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이유겠죠.

사이다=북미 회동 타진과 관련해 남ㆍ북ㆍ미 정보라인이 채널로 가동되고 있다고 공개됐어요. 대체로 정보라인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터라 의외인데요.

메아리=남북대화 성사 과정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관측이 무성합니다.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은 그의 카운터파트죠. 불발되긴 했지만 개회식 당시 추진된 북미 고위급 회동도 서 원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다리를 놓았을 거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낮술=북미 접촉은 대화의 시작이지만 대화의 끝이기도 합니다. 펜스와 김여정 같은 거물급의 만남은 사전 실무 조율이 끝나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 만남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적 부담이 되기 때문에 사전에 최대한 조율하는 것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CIA-국정원-통전부 라인이 가동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사이다=1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 의지를 밝혔습니다. 향후 북미대화는 물론 남북정상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달빛=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전에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달 초 북한과 미국의 정리된 입장을 듣겠다는 계획입니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를 나눈 만큼 김정은의 결단을 이끌어낼 대북특사 카드가 더욱 흥미를 끕니다.

메아리=남북해빙 속도가 빠르자 일각에선 “미국의 심기부터 헤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대미특사가 더 급하다는 이견도 나왔죠. 하지만 올해 관건적 사건은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더욱이 특사는 북측이 먼저 보내왔고 우리도 성의를 표시해야 하는 입장이죠. 진정한 관리 대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인 상황에서 정부가 김정은의 말을 직접 듣는 게 북미관계나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빠른 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낮술=북미대화의 최대 위기는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입니다. 미국은 군사훈련 연기나 축소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한미훈련을 대북 적대시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올림픽 이후 다시 대결 국면으로 환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죠. 이를 막기 위해 대북특사가 북한의 입장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지에 한반도 정세가 달린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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