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하 기자

등록 : 2018.05.22 04:40

미쉘린 2스타 셰프 “제주음식은 재료의 맛이 풍부”

등록 : 2018.05.22 04:40

일본 도쿄에 위치한 미쉐린 2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있는 올리비에 샤농 셰프는 제주의 향토음식이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풍부하고 섬세하다"며 젓가락을 놓지 않았다. 송형근 사진작가 제공

무표정의 셰프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은 건 샐러드 채소를 입에 넣었을 때다. 푸른콩으로 만든 된장 드레싱을 곁들였을 뿐인데 올리비에 샤농(40) 셰프는 진심으로 요리에 감탄했다. 제주 산 식재료를 제주의 방식으로 조리한 한상 차림을 맛보며 그 후로도 그는 끝없이 “맛있다”고 말했다. 3회째를 맞은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초청돼 제주를 찾은 샤농 셰프를 최근 ‘낭푼밥상’에서 마주했다. ‘낭푼밥상’은 제주도에서 지정한 향토음식 1호 명인인 김지순 명인의 손맛이 담긴 곳이다.

프랑스인인 샤농 셰프는 프랑스 유명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68)와 함께 일했고, 현재 일본 도쿄의 미쉐린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인 로지에(L’osier)를 총괄하고 있다. 일본에 있지만 정통 프랑스 음식을 추구한다.

샤농 셰프는 제주의 음식을 “섬세하다”고 평했다. 그는 제주 된장을 “달고 살짝 시큼하지만 굉장히 순한 맛”이라며 “제주에서 된장 만들기 체험도 해봤기 때문에 콩의 맛이 깊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톳밥을 상추와 깻잎으로 싼 뒤 제주 자리돔으로 담근 자리젓에 푹 찍어 먹는 모습은 “한국 사람보다 먹는 법을 더 잘 안다”(김지순 명인)는 평까지 들었다.

제주도가 지정한 향토음식 명인 1호인 김지순(왼쪽) 명인과 올리비에 샤농 셰프. 김 명인은 샤농 셰프에게 "제주는 양념이 발달하지 않아 재료의 맛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형근 사진작가 제공

세계적으로 맛을 인정받은 식당에서는 간이 세거나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내놓는다. 양념을 많이 쓰지 않는 제주 음식이 프랑스인 셰프의 입맛도 사로잡은 이유다. 샤농 셰프는 “제주 음식은 전체적으로 채소가 많고 모든 재료의 맛이 풍부하다. 기름을 최소한으로 사용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19일 열린 ‘갈라디너’ 행사에서도 샤농 셰프는 제철 채소를 이용한 프랑스 음식을 선보였다. 제주에서 추천 받은 재료인 전복과 당근, 브로콜리를 이용했다. “프랑스 산 전복은 작고 딱딱해서 먹기 힘든 데 반해 한국과 일본의 전복은 크고 식감이 좋아요. 한국사람들도 전복을 좋아한다고 해서 메인 재료로 선택했습니다.”

제주 전복이 싱싱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당근과 브로콜리는 생소하다. 김지순 명인의 아들인 양용원 제주향토음식연구원장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채소류를 제주에서 기르기 시작한다. 전국에서 먹는 브로콜리 80%가 제주 산”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에 새로 정착한 재료들까지 제주 향토음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브로콜리는 애월, 한림읍에서 많이 나고, 당근은 구좌읍이 강세다.

제3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초청된 올리비에 샤농 셰프는 제주산 전복, 당근, 브로콜리로 만든 음식을 선보였다. 송형근 사진작가 제공

샤농 셰프는 18세 때 젊은 요리사를 대상으로 열리는 아프란티 셰프 콩쿠르 프랑스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스승이기도 한 가니에르 셰프가 런던에서 함께 일하던 샤농에게 2005년 ‘피에르 가니에르 도쿄’ 총주방장 자리를 추천했다. 그는 “가니에르로부터 요리에 대한 발상, 표현력 등을 배웠지만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는 진리를 배운 것이 가장 크다”고 했다.

샤농 셰프는 지난해 프랑스 미식 평론지 고미요(Gault et Millau)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셰프상’도 받았다. “감사한 일이지만, 감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했다. “미쉐린 가이드 등 미식지에서 훌륭하다고 선정되는 것보다는 손님들이 와서 음식에 만족하고 또 다시 방문해주는 게 셰프에게는 더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쉐린 가이드는 오로지 요리만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식당 입장에서는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샤농 셰프는 “미쉐린 가이드 제주 편이 생긴다면 별을 받을 만한 곳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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