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이원의 시 한 송이] 진짜 어른이다

입력
2016.03.10 20:00
0 0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당돌한 문장이죠? 자기애덕후라고 농을 던질 수도 있어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제목입니다. 일단 재미있어요. 기분도 좋아져요. 제목 투로 농을 걸어본다면,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온 이가 반드시 미남이지는 않습니다. 기준미달로 추방당했을 수도 있어요.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이러면 우선은 웃게 됩니다. 천진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천진함은 어느 때는 참 무서운 것이기도 해요. 거두절미하고 ‘바로 그것’을 말해 버리니까요. 당황은 해도 천진한 말 앞에서는 꼼짝 못하게 됩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이 시는 아이의 천진한 말투로 진짜 어른을 얘기합니다. 진짜 어른이라면 사랑에 대해 꽃잎에 대해 생각할 줄 압니다. 사과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며 깨어있는 정신을 가지며 부하(어린 시절 병정놀이 할 때 쓰던 표현 아닌가요?)를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문의 안과 밖처럼 부하도 그래야 공정한 것이고요. 천진한 말투만큼 진짜도 무섭습니다. 진짜, 강조할 때 써요. 주장할 때 써요. 패를 가를 때도 써요. 아닌 걸 우길 때도 쓰죠. 그럴 때는 주로 자신은 아는데 자신마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 연은 바람직하지 않은 어른입니다. 그렇게 하면 플라스틱 어른이 된다는 것입니다. 빛을 막지 말아야 합니다. 어른은 건물이 아닙니다. 점점 더 할 말이 없어집니다. 몸집을 불리는 게 아니라 빛이 넘나들 수 있도록, 다리가 길어지면 인기가 더 많아지겠지만, 자라는 걸 그만둔 건 어른인 나, 자신이니까요.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