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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기자

등록 : 2017.10.13 17:22
수정 : 2017.10.13 21:22

유네스코, 또다시 외교 각축전 무대로

미국-이스라엘 동반 탈퇴

등록 : 2017.10.13 17:22
수정 : 2017.10.13 21:22

연간 8000만달러 분담금 삭감해도

잇따라 팔레스타인 편들자 강행

미국, 역사 해석에 영향력 높이려

수십년 동안 탈퇴, 재가입 반복

일본 분담금 영향력 확대 우려도

2015년 11월 유네스코 제38차 총회 당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모습. EPA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도 유네스코(UNESCO) 탈퇴를 선언했다. 양국이 동시에 유네스코의 역사 해석을 노골적으로 문제 삼아 탈퇴 행동에 나서면서 유네스코에서 벌어지는 외교 각축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트위터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외무부에 유네스코 탈퇴 작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네탸냐후 총리는 “유네스코는 역사를 보전하기는커녕 왜곡하고 있다”고 맹비난한 뒤 같은 날 동반 탈퇴한 미국 정부에 “용기 있고 도덕적인 결정”이라고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미 국무부는 이날 유네스코에 대한 체납금 증가와 더불어 “유네스코의 계속된 반(反) 이스라엘 편견”을 이유로 적시하며 탈퇴 사실을 공표했다.

미ㆍ이스라엘 양국이 문제 삼은 반이스라엘 편견이란 유네스코가 이ㆍ팔 분쟁지역 유적과 관련해 내린 팔레스타인 친화적인 결정들을 지칭한다. 유네스코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헤브론 구시가지와 패트리아크 동굴 등 주요 성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했다. 지난해 또다른 분쟁지역인 동예루살렘의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도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ㆍ팔 분쟁 등 외교적 민감 사안에 대한 유네스코의 입장이 이처럼 외교 전쟁을 불러일으킨 것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지난 수십년간 유네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미국 정부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기이자 냉전 시대인 1984년 유네스코의 정치적 편향성과 부패 등 방만한 운영을 이유로 탈퇴했다가,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선 후 2003년 재가입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유네스코 분담금을 전체 22%에 해당하는 연간 8,000만달러(약 907억원)을 삭감했다. 모두 세계문화유산 지정 주체인 유네스코의 역사관을 ‘탈환’해 자국에 유리한 해석을 끌어내기 위한 행동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정부의 전방위 외교전으로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이 된 ‘군함도’(하시마 섬ㆍ조선인 강제징용지), 시민사회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과 관련해 유네스코를 무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미국의 탈퇴로 일본이 분담금 최상위 국가에 등극하면서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의 탈퇴가 이뤄질 것으로 꾸준히 예견돼 오긴 했지만, 유네스코는 미국의 ‘행동 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오는 11월에 임기를 마치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탈퇴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은 했으나 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기 총장 선거 도중에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3차 투표에서 카타르의 하마드 빈 압둘아지즈 알 카와리 후보와 프랑스의 오드리 아줄레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 중인 가운데, 중국 측은 3위인 이집트의 무시라 카타브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국 탕치엔(唐虔) 후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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