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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6차 핵실험’ 카드 꺼내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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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6차 핵실험’ 카드 꺼내는 북한

입력
2017.03.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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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증·개축이 완료된 조선혁명박물관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증·개축이 완료된 조선혁명박물관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내달 초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이 포착돼 북핵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북 강경책을 예고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중국 간 힘겨루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 버튼’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 25일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에서 3~4대의 장비 운송용 차량이 발견됐으며, 지면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통신 케이블이 깔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같은 장비들은 핵실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한 관측 장비일 가능성이 크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펌프를 이용해 북쪽 갱도에 고인 물을 뽑아 올려 동쪽과 서쪽 갱도로 흘려 보내고 있다는 게 38노스측의 분석이다. 핵실험 데이터 분석 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북한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 분석에서도 우라늄 농축 등을 시사하는 다양한 활동이 포착됐다. 38노스는 “특수 화물 열차들이 방사화학실험실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공급하는 새로운 생산시설 인근에 도착했으며, 트럭 몇 대와 소형차 1대도 방사화학실험실 근처에서 관찰됐다”면서 “특수 열차는 원심분리기에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나 3중 수소 분열 실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과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통계를 광범위하게 분석한 빅데이터 연구조사를 통해 앞으로 14일 이내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24%, 30일 이내에 이렇게 할 가능성은 50%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도 북한이 북핵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위력이 강화된 새 유형의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제기되는 분석들이 다 맞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핵실험을 한다면 다중 핵폭발이나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용 핵폭발 등 새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중 핵폭발은 핵폭탄 두 발 이상을 동시에 터트리는 것으로 파키스탄이 1998년 5월 28일 3번, 5월 30일 3번 핵실험을 한 바 있어 ‘파키스탄 방식’으로도 불린다. 한 차례의 핵폭발 보다 다양한 변수를 적용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핵실험 준비 정황을 노출시켜 긴장을 고조시킨 뒤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면서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을 하면 그야말로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격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메시지 성격이 강한데, 미중 회담을 보고 나서 결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로 긴장을 잔뜩 고조시키면 중국이 이를 고리로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핵 실험 카드가 미중 회담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이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4월 중순 이후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상당하다. 내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인 태양절과 25일 조선인민군 창건일 등 굵직한 기념일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5월 남한에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북한이 핵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핵능력을 완전히 구비한 뒤에 대화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해놓는 게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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