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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울펀든 보고서(9.4)

입력
2017.09.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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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오늘 영국 국가 자문보고서 '울펀든보고서'가 동성애를 범죄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60년 전 오늘 영국 국가 자문보고서 '울펀든보고서'가 동성애를 범죄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1957년 9월 4일 존 울펀든(John Wolfenden, 1906~1985) 경을 의장으로 한 영국 정부 ‘동성애 및 매춘 위원회(The Committee on Homosexual Offences and Prostitution)가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판사와 의사 변호사 교수 목사 등 13명(여성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형법 개정을 제안하는 형식의 ‘동성애 및 매춘에 관한 보고서’(일명 울펀든 보고서)에서 “성인이 상호 합의 하에 행하는 동성간 행위는 더 이상 범죄시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와 법은 사적인 윤리의 문제에 관한 한 개인의 행동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60년 전 오늘의 일이었다.

제2차 대전 독일 잠수함 암호기 ‘애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국 승리에 기여한 수학자 앨런 튜링이 51년 동성애 행위로 체포돼 화학적 거세 형을 받고 54년 음독 자살한 직후였다. 당시 동성애는 적발 시 5파운드의 벌금형부터 종신형까지 가능한 범죄였다.

보고서는 런던과 주요 대도시의 거리 매춘 근절을 강조하며 매매춘 호객 행위에 대한 형량을 높일 것도 권고했다. 다만,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경우 ‘콜걸’이 늘어나고 ‘여성 마사지’ ‘모델’ ‘친구(companions)’를 언급하는 신문 쪽지 광고가 늘어날 수 있으리라고 우려했다.

잉글랜드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 법 조항을 폐지한 것은 10년 뒤인 1967년이었다. 21세 이상으로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 하에 행해지는 동성애여야 한다는 것과 군대 내 동성애는 금지한다는 조항이 단서로 달렸다. 94년에는 성인 연령을 18세로 낮췄고, 2000년 군대 내 동성애 규제도 철폐했다.

영국에서 동성애 처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약 6만5,000명으로, 그 중 약 1만5,000명이 생존해 있다. 영국 법무부는 2016년 치안범죄법 개정안(일명 튜링법)으로 동성애 처벌 사망자 전원을 사면했다. 앞서 2013년 튜링은 영국 왕실로부터 따로 사후 사면을 받았다. 스코틀랜드는 1980년, 북아일랜드는 82년까지 규제법을 유지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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