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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신들린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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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신들린 한 수

입력
2016.12.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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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왕천싱 5단

백 오유진 3단

큰 기보
큰 기보
참고 1도
참고 1도
참고 2도
참고 2도

<장면 10> 이 바둑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곳에 이르렀다. 오유진이 그때를 되돌아봤다. “왕천싱 바둑은 초반부터 중앙을 무척 중시하고 그렇게 힘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폭발시킨다. 왕천싱 스타일에 휘말려 이기기 어려웠다. 참고 참다가 왕천싱이 키운 큰 모양을 부수면서 뒤집을 수 있었다.”

오른쪽 커다란 흑 모양은 적게 쳐서 50집이다. 별 일이 벌어질 곳이 아니다. 흑이 질 수 없는 형세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잘못이 없을 때 이론이고 실제로는 일이 터졌다.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가. 잘하다가도 헛손질을 할 때가 있고 흐릿하다가 신들린 듯 움직이기도 한다.

백1로 흑 모양을 건드렸다. 사람 대표 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 ‘알파고’라 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한수를 찍고 답이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를 읽는다 하면 그 가짓수가 너무 많다.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느낌 직관 감각 따위가 이끄는 대로 가야하는 때다.

왕천싱이 흑2, 4로 끊었다. 오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천싱은 싸울 곳에서 물러서는 바둑이 아니다.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강력하다. 이 수가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고 1도> 백1, 3으로 뚫고 나와도 왼쪽 백과 닿은 길은 아득하다. <참고 2도> 흑4를 맞고도 백이 두집을 만들기는 꿈과 같다.

오유진이 백15를 두드렸다. 인터넷 중계실에서 이 수가 떨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왕천싱도 이 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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