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정대 기자

등록 : 2017.09.29 18:02
수정 : 2017.09.29 20:07

북중 고위급 교류 무대 ‘칠보산 호텔’ 문 닫는다

등록 : 2017.09.29 18:02
수정 : 2017.09.29 20:07

중국내 북한기업 폐쇄 통보 파장은

김정은 돈줄 식당 100곳 폐쇄

북한, 중국과의 무역이 90% 이상

사실상 양국 간 상업활동 중단

“역대 가장 강력한 조치”

중국 인, 허가 관련 통계 미공개로

일부선 “실효성 의문” 전망도

29일 중국 베이징 시내의 유명 북한식당인 평양은반관의 내부 모습. 점심 시간인데도 손님이 거의 없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북한과의 합작ㆍ합자기업을 내년 초까지 폐쇄할 것을 지시하면서 북한의 외화벌이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양국 기업 간 공동 상업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폐쇄 대상에서 제외된 비영리ㆍ비상업 공공인프라사업 관련기업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29일 중국 상무부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에 따른 이행공고를 통해 북한의 개인이나 기업ㆍ단체가 중국에서 단독 운영하는 기업을 포함해 모든 북중 합작ㆍ합자기업을 내년 1월 9일까지 폐쇄토록 한 조치에 대해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와 더불어 중국이 북한에 가한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 신규 합작기업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합자기업의 추가투자를 금지시킨 데 이은 이번 조치로 북한이 중국 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게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특히 올해 초부터 시행해 온 북한 노동자의 신규취업 금지, 지난 23일 취해진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와 맞물리면서 북한의 외화벌이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연간 5억달러 규모인 해외노동자 송출길이 크게 줄어들고, 대중 수출액 규모가 연간 8억달러에 달하는 섬유제품 수출길이 막힌 데 이어 합법적인 기업활동마저 불가능해지면 북한이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북중 합작투자 대부분이 북한식당이란 점에서 이번 조치는 상징적이다. 베이징ㆍ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ㆍ단둥(丹東)을 비롯한 접경지역 등 중국 전역에 있는 북한식당 100여개가 연이어 폐업할 경우 북중관계 악화의 현주소로 해석될 것이란 점에서다. 북한 유일의 해외 고급호텔이자 북중 고위급 교류의 장으로 활용돼온 선양 칠보산호텔도 북중 합자형태여서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한다. 북한은 정보통신(IT) 분야 기술 습득을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일부 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치로 북한이 그간 중국에 직접 투자한 자금에 큰 손실이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6~2015년 북한의 대중 직접투자액은 2,200만달러 규모다. 다만 연도별로는 2010년 1,120만달러에서 2014년 29만달러, 2015년 7만달러 등으로 규모는 감소세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2015년 통계에서 북한인 63.7%의 방중 목적이 취업ㆍ사업이었던 만큼 북한인의 중국 방문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실효성과 관련해서도 유보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인ㆍ허가 관련 통계 미공개로 폐쇄 대상 기업의 범위ㆍ규모를 추정하기가 어렵다. 북한식당 운영주가 명의 변경 등으로 법인 형태를 바꾸거나 북한에서 인력만 파견받은 단독법인이라며 폐쇄명령을 피해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관리ㆍ감독을 맡은 각 성(省)정부의 재정 소요 판단에 따라 폐쇄 대상 기업들이 비영리ㆍ비상업 관련기업으로 둔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한국인 손님의 감소로 북한식당이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번 폐쇄령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내달 18일 공산당대회와 11월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미국과 협력ㆍ협조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크다”면서 “이번 조치도 안보리 결의의 범위를 넘어서진 않는 것이지만 적극적이고 엄격하게 이행한다는 명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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