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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얼~씨구씨구 절~씨구씨구, 객기로 도전했다가 온몸이 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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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얼~씨구씨구 절~씨구씨구, 객기로 도전했다가 온몸이 흥건

입력
2017.10.24 2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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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흥 느꼈다”

40, 50대 수강생들 몰려

가락ㆍ춤ㆍ타령 종합적 전수

“각설이타령 핵심은 풍자ㆍ해학”

전국 품바 명인대회도 매년 열려

20일 전남 무안군 각설이품바보존회 회원들이 각설이 타령극을 공연하고 있다. 무안=홍인기 기자
20일 전남 무안군 각설이품바보존회 회원들이 각설이 타령극을 공연하고 있다. 무안=홍인기 기자

“들어간다~ 들어간다~ 천국 문을 들어간다~ 각설 허고 들어간다~”

20일 오전 찾은 전남 무안군 품바 아카데미. 다음날 공연에 올릴 각설이타령극 연습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 기자가 불쑥 나섰다. “한 번 배워보고 싶은데요.” 호기심이 절반, ‘저 정도 어렵지 않겠는데’라는 객기가 나머지 절반이었다.

만만치가 않았다. 걸인 두루마기를 갖춰 입은 회원들과 함께 “들어간다~ 들어간다~” 타령에 맞춰 엉덩이를 뒤로 빼고 뒷걸음질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옥황상제 뵈올 적에 부끄러움이 없을 쏜가”라는 구절에 맞춰 온 몸으로 부끄러움을 표현해야 한다는 가르침에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어야 했다. 가락에 맞춘 이런저런 반복의 동작들. 20분도 지나지 않아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30대 초반 기자가 둘러본 수강생들은 대부분 40, 50대 인근 주민들. 8월 품바 아카데미에 등록해 각설이 공연 배우가 됐다는 주부 유모(48)씨는 “친구 따라 우연찮게 왔다가 각설이타령에서 알 수 없는 흥을 느꼈다”며 연신 춤과 노래를 반복했다. 희곡을 쓰고 배우로 활약한 적이 있는 김모(53)씨는 “각설이타령 공연을 준비하며 흘린 땀이 서 말은 될 것”이라며 “박자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가도 느린 게 애절한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 보여도 여기 회원들은 관객 수백 명 앞에서도 8번이나 공연을 한 사실상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품바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품바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기관은 실상 이 곳, 품바 아카데미가 유일하다.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품바들은 몇 년간 선배 품바를 따라 공연에 보조로 참여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우는 도제 식으로 양성된 사람들. 전국에 20여 개 품바 아카데미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주로 일반 시민들이 장구 등 타악기를 취미로 배우는 정도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각설이품바보존회 조순형 회장은 “전통 품바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공연 3요소인 가락, 춤, 타령을 종합적으로 전수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조 회장과 전수 조교 전영선씨는 구전 각설이타령 15개를 요소요소에 집어 넣어 창작극 ‘각설이 연희놀이’도 만들어 공연장에 올리고 있다. 조 회장은 “1929년에 팔도장타령으로 정리된 900여 개 각설이타령과 무안 지역에서 구전으로 내려온 타령을 중심으로, 대동춤 노동무 풍물춤 모방춤 등 전통 춤사위를 더해 연희놀이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보존회는 품바 등용문으로 불리는 전국품바명인대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1대 최민, 2대 칠도와 삼순이 등 우승자 면면이 쟁쟁하다. 다른 품바 대회와 달리 신인 부문을 운영해 신인 품바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품바 원형을 회복해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조 회장은 “어깨춤만 들어가면 모두 춤이 되고, 장단이 쉽다 보니 일어서서 놀거나 추임새 넣기도 좋은 매력이 최근 품바 붐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며 “각설이타령의 핵심인 풍자와 해학, 전통 요소를 제대로 살려 지역 전통문화 보존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안=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20일 본보 정반석(가운데) 기자가 전남 무안군 각설이품바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각설이타령에 몰두하고 있다. 무안=홍인기 기자
20일 본보 정반석(가운데) 기자가 전남 무안군 각설이품바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각설이타령에 몰두하고 있다. 무안=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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