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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4위의 차세대 기관차… 한국 기업 기다린다

입력
2018.01.08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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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넘치는 정부ㆍ국민

성장률 5% 넘어 경제 역동성

가계빚, GDP 17%로 잠재력 충분

전자ㆍ정보통신 등 6대 분야 육성

“한국, 기술이전 전제 투자” 희망

경제성장으로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거리.
경제성장으로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거리.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항구 도시 치르본(Cirebon).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곳이지만, 지난달 찾아가 본 이곳은 도로와 건물은 도시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허술했다.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정집은 빈곤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치르본에는 오랜 가난을 벗어줄 것이라 기대를 모으는 보물이 하나 있다. 시 외곽, 한국 중부발전이 건설ㆍ운영 중인 660㎿ 규모 ‘찌레본1’ 석탄화력 발전소가 그 주인공이다. 중부발전에 따르면 발전용 보일러와 터빈 등 핵심 설비 전부가 한국산으로 지어진 이 발전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2012년 완공 후 초기 출자금(7,013만달러)을 이미 회수했는데도 계약이 끝나는 2041년까지 매년 200억원 안팎의 수익이 예상된다. 최영일 발전소 운영법인장은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2041년까지 4,000억원의 누적 수익이 기대된다”며 “발전소 수익이 향상되면서 고용 뿐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지역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한국 1980년대 초 지방 소도시 같은 모습이, 이 나라가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 시작했다.

발빠른 진출로 한국 기업의 대표적 인도네시아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히는 중부발전의 찌레본 발전소.
발빠른 진출로 한국 기업의 대표적 인도네시아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히는 중부발전의 찌레본 발전소.
찌레본 발전소 통제실. 기술이전 차원에서 급박한 비상상황이 아니면 대부분 현지 기술진이 제어를 담당하고 있다.
찌레본 발전소 통제실. 기술이전 차원에서 급박한 비상상황이 아니면 대부분 현지 기술진이 제어를 담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경제를 끌고 갈 차세대 기관차란 평가를 받는다. 인구 2억6,000만명의 대국일 뿐만 아니라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 한국을 연상시키는 경제의 역동성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1% 안팎 성장한 인도네시아는 아시안게임을 주최하는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00달러 진입에 도전하고 있다. 30년 전 한국이 1인당 국민총생산(GNPㆍ4,435달러) 4,000달러 벽을 넘은 것과 흡사하다.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인도네시아 연도별 인도네시아 투자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인도네시아 연도별 인도네시아 투자

정부와 국민도 자신감이 넘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5년까지 산업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국가산업개발 주요 계획’(RIPIN)을 수립, 추진 중이다. 식량, 화장품ㆍ의약, 섬유, 교통, 전자ㆍ정보통신, 전력산업이 6대 핵심 산업군으로 지정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자와 전력산업에서 한국이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투자에 나서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GDP의 100%에 육박한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17%에 불과하다. 빚이 없다는 건 향후 소득이 늘어나는 양만큼 이 나라 사람들이 소비를 늘릴 거라는 뜻도 된다. 키움증권은 최근 펴낸 국가투자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는 젊은 국가다. 세계 4위 인구에 연간 인구증가율은 0.88%다. 이제 관광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엔 기회의 땅

코린도 등 선발 한국 기업 큰 성공

중부발전 운영 화력발전소 황금알

롯데, 점포망 이어 온라인도 진출

한국산 무기는 현지서 높은 평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파크랜드 공장에서 관리사원으로 근무 중인 안선길(왼쪽) 대리. 안 대리는 취업 경쟁이 심한 한국보다 성장 기회가 많은 인도네시아에 둥지를 틀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파크랜드 공장에서 관리사원으로 근무 중인 안선길(왼쪽) 대리. 안 대리는 취업 경쟁이 심한 한국보다 성장 기회가 많은 인도네시아에 둥지를 틀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밝은 미래는 현지 진출한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는 꿈을 이루는 기회가 됐다. 파크랜드 안선길(33) 대리가 대표 사례다. 한국에서는 또래처럼 취업 문제로 고민했지만, 자카르타 인근 세랑 공단의 파크랜드 공장에서 희망을 찾았다. 코트라의 ‘K-무브’ 사업으로 2013년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안 대리는 1만명 규모 공장의 관리자다. 안 대리는 “한국에서는 대기업ㆍ공공기관 취업에 매달렸지만, 이곳에서 큰 공장 관리직으로 일하다 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역량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임금은 한국보다 높지 않지만, 한국의 4분의 1 수준인 이곳 물가를 고려하면 저축을 하고도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만족해했다.

젊은 대국 인도네시아는 남들보다 먼저 도전한 한국 기업에 성장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계 30대 기업으로 확고하게 기반 잡은 코린도그룹 이외에도 KMK(송창근), 파크랜드(신만기) 등 한상(韓商) 기업가들은 맨손으로 열정과 젊은 대국의 기회를 엮어 큰 성공을 거뒀다. 동서 길이가 5,150㎞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중부발전, 한국전력, 포스코, 롯데 등 한국 기업도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08년 진출한 롯데그룹은 철저한 현지화로 롯데마트 산하에 40여개 도ㆍ소매 점포망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철저한 현지화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안착한 롯데마트 매장.
철저한 현지화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안착한 롯데마트 매장.

한국 방위산업도 인도네시아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히기 시작했다. 전투기(T-50), 잠수함(1,400톤급) 등 핵심 한국산 무기는 고성능에 가격도 저렴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양국 방산분야 전문가들 사이에 신뢰 쌓여 한국 방산장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전진구 자카르타 지사장은 “방위산업 수출길을 열어야 하는 한국의 바람과 적은 예산으로 성능 좋은 무기를 사려는 인도네시아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높은 수준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이웅권 인도네시아 사무소장도 “힘든 여건이지만 2018년에는 수리온 헬기 등 접촉 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먼저 ‘신 남방정책’이 정치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2006년 노무현 대통령 방문 때도 50만㏊ 조림사업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지만 이후 진행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양국 간 협력이 특정 정권 차원의 이슈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새마을운동에 관심이 높은 만큼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발전사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바탕으로 협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카르타ㆍ치르본(인도네시아)=조철환 국제부장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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