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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퇴사가 행복한 나라를 위하여

입력
2017.10.31 13: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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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해도 행복한 나라가 있다. 누구나 쉽게 입사하고 쉽게 퇴사할 수 있는 나라. 퇴사한 자에게는 최대 2년까지 기존 월급의 80%를 주는 나라. 바로 덴마크이다. 덴마크의 노동 환경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단어이다.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이 결합된 말로 기업 입장에서도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개인 입장에서도 입사와 퇴사가 자유로운 환경을 뜻한다. ‘자유롭다’라는 것은 개인이 취업한 이후에도 근무 조건이나 직무 적합도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곳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도 회사와 맞지 않거나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에게 ‘퇴사’란 서로 숨기고 쉬쉬하며 큰일나는 그런 사건이 아니라, 대학에서 전공이 맞지 않으면 바꾸는 것처럼 흔한 이벤트인 것이다.

해외의 사례를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유연안정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경직불안정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구조인 것 같다.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너무나 경직되어 있다. 한 번 입사만 하면 모든 게 끝난 것처럼 생각한다. 반면 한 번 퇴사하면 또 모든 게 끝난 것처럼 생각한다. 입사도 어렵고 퇴사는 더 어렵다. 이도 저도 할 수 없이 경직된 불안정성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직불안정성’을 조금이나마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입사와 퇴사가 조금 더 쉬워져야 한다. 보다 쉬운 입사를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도 길러야겠으나,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충분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기업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기르고 성장하여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에서는 그러한 기업 및 혁신 스타트업이 많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다 쉬운 퇴사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자는 뜻이 아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퇴사해도 괜찮을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실업급여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실업 급여 제도는 보통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만 해당이 되며, 금액 역시 기존 월급의 50% 수준이나 최대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결론적으로는 월 15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그마저도 자격 조건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자발적 퇴사’의 경우에는 실업 급여 대상자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만 몇 가지 예외가 있다. 회사에서 입사 당시의 계약서 조항을 2개월 이상 지키지 않았거나 임금 체불이 발생한 경우, 가족을 간병해야 하는데 기업이 휴가나 휴직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등 특수한 사건의 경우 자발적 퇴사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회사가 괴롭히는(?) 경우만 실업 급여를 인정하는 셈이니, ‘퇴사’라는 단어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실업급여 자체가 그렇게 엄청난 안전장치인 것도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월 100만원 남짓의 급여를 평균 3개월간 받는 셈인데 그 이후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구직 교육 역시 자기소개서를 수정한다거나 고작 몇 군데 면접을 보러 다니는 등 형식적이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자유로운 퇴사를 위해서는 실업급여 제도의 보완과 이후의 제2의 커리어 전환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실업급여의 자격 조건과 기간, 금액 등을 보완해야 하며, 현실적으로 진짜 도움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재취업 외에도 창업, 1인기업, 프리랜서 등 보다 다양한 진로에 대한 탐색과 실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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