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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질라… 민첩했던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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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질라… 민첩했던 김정은

입력
2018.05.27 1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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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원한다” 신속한 담화 이어

중재역 문 대통령에 회담 제안

며칠간 원산 → 평양 → 판문점

600㎞ 오가며 회담 불씨 살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27일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27일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은 한 달 전 남북 정상회담보다 훨씬 전격적이었다. 불과 하루 만에 조율이 끝났다. 이게 가능했던 건 남북 정상의 의지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더 절실했던 김 위원장 사정 덕분일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신속히 소통하는 데에 문 대통령만큼 확실한 메신저가 없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정황들을 보면 김 위원장은 다급했다. 그를 그렇게 만든 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었다. 24일 밤 편지를 받은 김 위원장은 채 9시간도 지나기 전인 25일 오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시켜 “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담화 형태로 표명했다. 27일 문 대통령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그리고 그날 오후 문 대통령에게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이튿날(26일) 곧바로 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 뒤 김 위원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김 제1부상 명의로 낸 ‘화해 담화’ 발표는 전례 없이 빨랐다. 또 체면을 세우느라 ‘강 대 강’ 식 초강수를 불사했던 과거와 달리 절제된 표현으로 자세를 낮추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어떻게든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는 세간의 추측보다 더 견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셨다”고 보도했다. 대내적으로는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단기에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도 김 위원장은 감내했다. 북한 매체에 공개된 동선을 보면 김 위원장은 23일 즈음해 강원도 원산에 머무르다가 25일 오후 평양으로, 26일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 동안 그가 내달린 거리는 600㎞에 육박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유연하고 빠른 대응은 그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이렇게 김 위원장이 전격과 파격, 분주를 감수한 건 무엇보다 궤도를 이탈한 북미 간 거래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최대한 신속히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였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속하게 북미 회담 날짜를 재확정하는 데 김 위원장이 남측을 영민하고 실용적으로 잘 활용했다”며 “올 들어 채택한 ‘경제 건설 총력’ 노선의 성과를 9ㆍ9절(북한 정권수립기념일)까지 가시화하기 위해 먼저 풀어야 할 북미관계 해결 단초가 사라질 절체절명 위기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지렛대 삼아 기사회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얼마 전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온 문 대통령에게서 구체적인 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듣는 한편 문 대통령에게 조언도 구하고 싶었을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측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더 확실히 밝히는 것뿐 아니라 문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및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듣는 것도 김 위원장이 바란 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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