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로 ‘폭군 도마뱀의 왕’이란 뜻의 티라노사우루스의 온전한 모습의 화석이 발견된 건 1902년이다. 당시 미국 몬태나주에서 화석을 발견한 미국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였던 바넘 브라운은 유명한 서커스 쇼맨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이름을 잘 지으면 홍보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주는지 알았고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란 학명을 생각해냈다. 굴삭기나 전기드릴이 없던 시절 티라노사우루스의 엄청난 몸집을 발굴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해 적지 않은 뼈들이 가루가 돼버렸지만, 그가 복원한 온전한 모습의 골격은 멋들어진 이름 덕분에 1905년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후 100여 년 간의 연구를 통해 이들이 다른 공룡을 잡아먹었다는 것, 때로 동족도 잡아먹었다는 것, 뛸 수는 없지만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었다는 것, 시각과 후각 청각이 발달했다는 것, 공룡 중 턱 힘이 가장 강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 유일 도마뱀화석 전공자인 저자가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영화 ‘쥬라기공원’ 시리즈에 꾸준히 출연하는 6종류의 스타 공룡-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이구아노돈, 데이노니쿠스, 스테고사우루스-을 각각의 장으로 나눠 이들이 지구에 출현했다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각 공룡이 발견된 시점부터 이름을 얻는 과정, 공룡에 관한 자료 해석을 둘러싼 학자들간의 논쟁 등 객관적인 공룡 연구 결과를 입체적으로 엮고, 각종 사진과 그림을 덧붙여 보는 재미를 더한다. 친절한 말투로 읽는 재미까지 선사하겠다는 저자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1990년대 초 전설적인 댄스그룹 태지보이스” 같은 빈곤한 예시를 남발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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