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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고정으로 진행하는 프로만 5개... 女아나운서 편견과 싸워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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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고정으로 진행하는 프로만 5개... 女아나운서 편견과 싸워왔어요”

입력
2017.01.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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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만 보려는 시선 여전”

연예인 진행자 득세서 맹활약

박선영 SBS 아나운서는 ‘씨네타운’에 섭외하고 싶은 초대손님을 묻자 “기왕이면 글로벌하게 가자”면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메릴 스트립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박선영 SBS 아나운서는 ‘씨네타운’에 섭외하고 싶은 초대손님을 묻자 “기왕이면 글로벌하게 가자”면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메릴 스트립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대체 언제 쉬나?” 의아함과 놀라움이 뒤섞인 첫 질문은 그의 빼곡한 스케줄을 들여다보다 불쑥 튀어나왔다. 화요일엔 ‘본격연예 한밤’을 진행하고, 금요일엔 ‘풋볼매거진 골!’과 ‘궁금한 이야기 Y’를, 토요일엔 ‘뉴스토리’를 이끌고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에는 라디오 부스에 앉아 ‘박선영의 씨네타운’ 청취자들과 도란도란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 고정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만 5개, 예능과 교양, 보도, 스포츠, 라디오까지 전천후다. 최근 서울 목동 SBS 라디오국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선영(35) SBS 아나운서는 “여물만 주면 소처럼 일할 수 있다”고 농담을 하더니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긋 웃었다.

요즘 박 아나운서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띄는 건, 최근 방송 환경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교양ㆍ시사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까지 연예인 진행자가 득세하고 있어 아나운서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박 아나운서처럼 자기 프로그램을 가진 아나운서는 손에 꼽힐 정도다.

2014년까지 ‘8뉴스’를 8년 가까이 진행해온 박 아나운서는 1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 2015년 말 복귀했다. 올해로 입사 10년째다. 앵커석을 떠난 그는 요즘 라디오에서 느끼는 새로운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뉴스에서 정제된 언어만 사용하다 라디오에서 친구와 대화하듯 말하려니 처음엔 무척 어색했어요. 혼자서 ‘버퍼링’에 걸리기도 했죠(웃음). 라디오를 진행하는 건, 사적인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느낌이더군요. 나를 안 보여줄 수가 없죠. 그게 무섭기도 하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영화 전문 프로그램인 ‘박선영의 씨네타운’은 개봉을 앞둔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박 아나운서는 독립영화 ‘우리들’을 예로 들면서 “방송에서 소개할 당시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영화들이 개봉 이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수상 소식을 전해올 때 특히 기쁘다”고 말했다.

베테랑 아나운서이지만 지금도 새 프로그램을 시작할 땐 “벌벌 떤다”고 말할 정도로 긴장한다. ‘본격연예 한밤’ 첫 녹화 이틀 전에는 눈에 실핏줄까지 터졌다. “평생 방송을 해도 즐기면서 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의 치열한 노력에는 아나운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분투도 담겨 있다. “여자 아나운서를 꽃으로만 보려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해요. 때로 굉장한 폭력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굳이 여성을 차별하지 않더라도 어떤 분야에선 남자 아나운서가 더 익숙하다는 이유로 여성 아나운서가 배제되는 경우도 있어요. 저 나름대로는 그 편견들과 꾸준하게 싸워왔어요. 지금도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연예인 진행자와 차별화되는 아나운서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을까. 뉴스 앵커석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전하던 당시의 무력함을 떠올리던 박 아나운서는 잠시 숨을 고르다 힘주어 말했다. “아나운서는 언론인입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잊지 않는 것이 아나운서로서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10일 서울 목동 SBS 라디오국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선영 아나운서. 최재명 인턴기자
10일 서울 목동 SBS 라디오국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선영 아나운서. 최재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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