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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관계 단절 심화시키는 비대면 서비스

입력
2018.03.02 15:5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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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올해 초에 무인마트, ‘아마존 고’를 선보였으며, 중국에서는 최근 무인편의점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 받고 계정을 개설한 후에 결제수단 정보만 입력하면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야 하거나 계산대에서 장바구니에 담긴 구매 상품을 계산대 위에 내려 놓았다가 다시 장바구니에 담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고객이 쇼핑을 즐기는 동안 매장에 설치된 수 천 개의 카메라와 센서가 인공지능과 연계되어 고객의 구매 내역을 파악하고 고객이 매장을 나서는 순간, 앱에 입력되어 있는 결제수단을 통해 결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한 유통업체가 일부 매장에서 무인편의점을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무인마트뿐만 아니라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용자도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비대면 서비스는 그 영역을 급속히 넓혀가면서 시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불안한 노사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영상 불확실성을 줄이고 인건비 부담을 낮추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상품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수고를 덜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한편, 대면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연구 결과는 10대와 20대의 경우에는 대면 대화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필요한 앱을 찾아 내려받고, 검색하고,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고, 인증을 통해 결제하는 일련의 과정을 인근 중국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자장면을 주문하는 것보다 더 편하게 느낀다. 젊은 인구가 주로 이용하는 유통업체의 일부는 매장에서 장바구니의 색상을 구분해서 특정한 색상의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고객에게는 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상품 선택을 돕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매를 유도하거나 행위를 하지 않는다.

최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10ㆍ20대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대면 대화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일대일 관계에서의 상호 소통에조차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중장년층도 대면 대화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덜 익숙하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10ㆍ20대와 비교해 비대면 소통법을 찾는 데 보다 적극적이지 못할 뿐이다.

사람이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시대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위치한 가족 또는 친구들과도 때로는 메신저를 통해서 대화를 나눈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기업들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불편함 없는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 지면, 사람이 사람을 기피하고 멀리하는 사회 현상은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

왜 많은 사람이 관계 속에서 부담을 느끼고 자신을 주변과의 관계로부터 격리시키려는 것일까. 관계 속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지워가는 데 지쳐 있기 때문은 아닐까. 성범죄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 공개운동 ‘미투’의 여파가 한국 사회의 문화계를 휩쓸고 있다. ‘미투’ 운동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돈과 권력 그리고 물리적인 힘에 억눌려 상처를 받고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집작할 수 있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가 관계에서 상처 받은 이들의 탈출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기술의 진보가 불편함 없는 비대면 소통의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인간관계의 단절을 심화시키지 않고, 대면 소통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도구로써 활용되어 인간관계 회복을 돕기 바란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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