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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이 돌아왔다” 유럽 정치문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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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이 돌아왔다” 유럽 정치문제 비화

입력
2017.10.31 15: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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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ㆍ佛 등서 최근 10년 급속 증가

무리 지어 양떼 공격 피해 불구

“EU 보호종” 대부분 사냥 금지

농민들 자경단 결성 불법 사냥에

환경단체 반발…정치권도 갈려

늑대 무리. 게티이미지뱅크
늑대 무리. 게티이미지뱅크

서유럽에서 집요한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까지 몰렸던 회색 늑대가 최근 10년간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정치문제로 비화했다. 가축을 기르는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늑대 사냥 재개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은 늑대의 보존이 자연 종다양성 보호의 핵심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유럽 관련 정치전문 주간지 폴리티코유럽은 31일자(현지시간) 발행 지면 기사에서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과 독일 동부 숲 지역을 중심으로 늑대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만 한 해 동안 늑대 300마리가 나타나 양 1만마리를 죽였고, 프랑스 정부는 늑대로 인한 농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320만유로(약 40억원)를 지불했다.

피해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늑대를 사냥할 수 없다. 늑대는 EU 규제로 보호되는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서식지 명령’을 통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늑대 사냥을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목축업 종사자와 밀렵꾼들은 늑대 사냥 재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의 전직 양 사육업자이자 농민 운동 지도자 출신 유럽의회 의원인 조세 보베는 “공격하는 동물을 없앨 수 없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농민과 사냥꾼들은 이미 ‘반늑대 자경단’을 결성해 불법으로 늑대를 사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환경보호 진영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늑대 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늑대 피해를 줄일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며, 자경단의 행동은 양에 대한 위협과 무관한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회민주당(SPDㆍ사민당) 소속인 바바라 헨드릭스 환경장관이 8월 독일 일간 파사우어노이에프레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서부개척시대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농민들을 비판했다. 반면 기독민주당(CDUㆍ기민당) 소속 크리스티안 슈미트 농업장관은 EU집행위에 “늑대를 멸종 위기 동물 목록에서 제외해 달라”는 서신을 발송했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제한적 사냥’으로 민심을 가라앉혔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환경장관은 지난 7월 “늑대의 귀환을 축복한다”면서도 프랑스 내 확인된 늑대의 약 10%인 40여마리 사냥을 허가했다. 스웨덴도 정부가 직접 늑대 사냥 면허를 발부하며 ‘자경단의 늑대 학살’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는 개체 수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의 카르메누 벨라 환경해양수산 담당 집행위원은 “각국 정부와 협력해 긴장을 완화하고 인간과 대형 육식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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