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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선장, 40년 넘게 배 탄 베테랑인데..."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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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선장, 40년 넘게 배 탄 베테랑인데..." 침통

입력
2017.12.04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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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한 가족ㆍ동료들

“미혼으로 아픈 손가락 같은 자식 낚시에 취미 붙이더니” 오열

“예비대학생 딸과 80대 노모 부양 성실한 가장인데” 지인들 착잡

“살아났어도 죄인인 것 같아서 마음 아파” 생존자들도 비통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복된 낚싯배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영흥도=서재훈 기자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복된 낚싯배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영흥도=서재훈 기자

“아직 결혼도 안 해서 부모님한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자식이었는데…”

3일 경기 시흥시 센트럴병원 유족대기실 앞에서 박모(46)씨는 동생 종현(42)씨의 사망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담배를 피웠다. 종현씨는 이날 오전 낚싯배 선창1호에 타고 있다 변을 당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박씨 부모는 작은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대기실에 누워 눈물만 흘렸다.

박씨는 “미혼으로 올 초부터 낚시에 취미를 붙인 동생이 오늘 낚시 나간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뉴스를 보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며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고 이후에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망연자실한 부모를 대신해 주변에 동생 사망 소식을 알리고 있는 박씨는 “아직 장지를 마련하지 못했는데 동생이 그렇게 좋아하는 ‘바다에 뿌려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망자 시신 3구가 옮겨진 센트럴병원은 오후 내내 눈물바다였다. 경찰 관계자가 유족들을 시신 참관실로 안내하자 “아이고” 하는 통곡이 바깥까지 들렸고, 밖에서 대기하던 유족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슬픔을 달랬다. 희생자 이모(49)씨 지인 조모(48)씨는 “(이씨가) 대학 입학을 앞둔 딸과 80대 노모를 부양하는 것으로 아는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이라고 착잡해했다.

함께 낚시에 나섰다가 생사가 엇갈린 송모(43)씨 형제 소식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배가 뒤집힐 당시 선실 창이 깨진 틈 사이로 헤엄쳐 나온 동생(42)은 뒤집어진 배 위로 올라가 구조 요청을 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형은 미처 선실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큰아들 시신이 이송된 시화병원에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실종자 두 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인천 옹진군 영흥면 진두선착장은 이들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탓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실종된 오모(69) 선장 부인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침묵했고, 동료 선장 이모(62)씨는 “영흥도 토박이인 오 선장은 40년 넘게 배를 탄 베테랑이라 다들 사고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라며 말을 아꼈다. 선착장 주변에선 “다른 선주 소유 배를 몰고 다녔던 오씨가 내년 3월부터 타기 위해 얼마 전 배를 장만했는데 그것도 못 타보고 실종됐더라”라는 이야기도 들려 안타까움이 더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행여나 하는 마음에 사고 수습이 이뤄지는 선착장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생존자들이 주로 이송된 인천 남동구 길병원은 ‘우리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이 주변을 짓눌렀다. 사고 당시 갑판에 있다가 극적 구조된 서모(37)씨는 “함께 낚시를 나섰던 친동생과 지인 모두 배 밖에 있다가 충돌과 동시에 물에 빠진 뒤 충돌한 배(급유선)가 그물로 구조해 살아남았다”며 “스티로폼을 잡고 계속 ‘살려주세요’ 외쳤는데 물 위에 떠 있던 10여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물에 빠진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사망자가 13명이라는 소식에 “살아났어도 죄인인 것 같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고 비통해했다.

영흥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인천=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시흥=홍인택 기자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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