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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단층 꿈틀대는데… 지진 지도 2041년에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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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단층 꿈틀대는데… 지진 지도 2041년에야 완성

입력
2017.11.17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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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자원연구원 “보고된 적 없는

새 단층대 따라 포항 지진 발생”

정부 조사 활성단층 25개에 불과

졸속 추진에 신뢰도 문제 제기

“울산단층, 판끼리 위 아래로 밀려

지진 땐 큰 피해” 전문가들 우려

영남권 지진 단층도
영남권 지진 단층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16일 오후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지진관측시스템이 안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16일 오후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지진관측시스템이 안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한반도의 ‘활성단층’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강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양산단층을 포함해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 최대 450여 개가 국내 땅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관련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 차원의 전국 활성단층 지도는 2041년에야 만들어질 전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6일 브리핑에서 “본진 단층면을 조사한 결과 15일 경북 포항 지진은 존재가 보고된 적 없는 북북동 방향의 단층대를 따라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진을 유발하는 새로운 단층이 영남권에서 또 발견된 셈으로, 기상청이 전날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추정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날 기상청, 학계와 함께 포항지진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한반도 남쪽에는 약 450여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포항 지진의 사례를 보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진은 주로 지층이 끊겨있는 ‘단층’에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활성단층은 지각 운동이 진행 중이라 지진이 났거나 날 가능성이 높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의 90%가 활성단층에서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많으면 수백 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지만,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진 활성단층은 25개에 불과하다. 국민안전처가 2009년 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했던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및 발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최성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은 “수도권과 충청, 전남 등 전국에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25개 단층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이 졸속추진에 의한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프로젝트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활성단층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활성단층을 규정하는 합의된 기준도 없어 수년간 학계는 활성단층의 한반도 존재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가 차원의 조사는 활성단층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조금씩 진행되다가 올해 들어서 본격화 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2041년까지 단층조사를 추진한다.

조사가 늦어지는 사이 한반도의 활성단층들은 한층 더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의 원인이 활성단층 자체에 있다면서 이제 한반도에 5.0 정도 규모의 지진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경주와 포항이 위치한 영남권에는 양산단층을 포함해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자인, 밀양, 모량, 동래, 일광, 울산 등지에 다수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포항 지진의 여진이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다면 다른 단층들을 자극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올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만약 포항과 울산을 잇는 지대가 흔들리면 울산단층도 움직일 수 있다”면서 “울산단층은 길이는 양산단층보다 짧지만 판과 판이 위 아래로 밀리는 역단층이라 큰 지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이나 중부지방도 활성단층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성자 연구원은 1978년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충남 홍성을 관통하는 홍성단층과 호남의 전주단층도 활성단층이고, 함경남도 원산에서 시작돼 경기 남부까지 이어지는 추가령 단층은 서울을 관통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1518년 서울에 규모 6.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의 성과에 급급해 부실하게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가는 ‘제2의 안전처 보고서 폐기’사태가 올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선 1983년 양산단층의 활성단층 가능성을 가장 처음 제기했던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큰 규모의 지진은 큰 단층대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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