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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국당식 보수로는 내년 지방선거, 다음 대선 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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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국당식 보수로는 내년 지방선거, 다음 대선 다 진다”

입력
2017.10.19 18:0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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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보수로 비치는데 부담 느끼고

개혁보수에 찬성하는 의원들 있어

안보관, 지역색 문제 정리돼야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 가능

서울시장 출마는 정치도리 아냐

낡은 보수 대체 가능성 보여줘야

대표 되면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

젊은 보수 외면하면 미래 없어

文정부 미•중과 외교 ‘체념 상태’

소득성장서 혁신성장 말바꾸기도

적폐청산은 과거 집착 인식 줘

대담=이충재 수석논설위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중도 보수 통합 의지를 처음 밝혔다. 유 의원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고 선거연대 가능성도 열어놔 주목된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중도 보수 통합 의지를 처음 밝혔다. 유 의원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고 선거연대 가능성도 열어놔 주목된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지난 대선 이후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선 고뇌가 묻어났다. ‘새로운 보수’를 내걸고 창당한 바른정당이 분열 위기에 놓인 때문인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선 내내 비장함과 단호함이 교차했다. 그는 보수를 살리기 위해 “밑바닥에서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그가 바닥에서 그리는 그림은 ‘중도ㆍ보수 통합’이다.

-중도ㆍ보수 통합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궁극적으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내 중도ㆍ보수 세력을 합치자는 거다. 단계적 통합이든, 한번에 합치든 전제만 갖춰지면 가능하다. 전제라는 것은 햇볕정책과 지역주의 문제를 말한다. 내년 6ㆍ13 지방선거 전이라도 못할 게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민의당과 우선 연합공천을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국민의당이 후보를 내기 어려운 지역은 바른정당이 내는 방식의 선거연대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 중도보수 통합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건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을 넘어 한국당까지 아우르자는 건가?

“그렇다. 보수가 살려면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당식 보수로는 내년 지방선거, 다음 대선 모두 진다. 지금 바른정당을 탈당하려는 의원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가 내년 지방선거 승리, 또 문재인 정부 견제다. 그런데 꼭 한국당에 들어가서만이 이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도 없다. 국민의당에도 개혁보수에 공감하고 우리와 합쳐야 한다는 의원들이 있다. 자유한국당에도 극우정당으로 비치는 데 거부감을 갖고 보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다. 지난해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 30명 남짓이 한국당 안에 있다. 모두 숨 죽이고 있다. 지금은 당장 등 따숩고(따뜻하고) 선거에도 유리할 것 같으니 한국당에 있지만, 진짜 속 뜻은 아니라고 믿는다.”

-한국당에 탄핵 찬성 의원들이 남아있지만, 개혁 목소리는 나오질 않는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움직임이 있으면 한국당에도 자극이 돼서 그 분들이 움직일 동력, 명분이 될 수 있다. 중도보수가 합치면, 한국당은 자연스럽게 ‘극우당’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전제로 내세운 안보노선은 햇볕정책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안보관이 너무 다르면 곤란하다. 또 국민의당은 국민에게는 ‘호남지역 당’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저도 영남 지역구 의원이지만, 우리가 가는 길은 영ㆍ호남 지역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정리가 되면 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통합의 필요성에는 안철수 대표도 공감한다고 듣고 있다.”

-국민의당 내에선 진통이 있을 텐데.

“그럴 것이다. 국민의당도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가 돼야 합치는 게 가능하리라고 본다. 나 역시 동지들의 정치적 사활이 걸려있고, 이 문제로 우왕좌왕 하는 모습 보일 수도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할 거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바닥에서 시작할 각오를 하고 있다"며 중도 보수 통합의 그림을 제시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바닥에서 시작할 각오를 하고 있다"며 중도 보수 통합의 그림을 제시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바른정당 내 탈당 움직임에 속내가 복잡할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할 건가?

“사정이 안 되는 분 빼고는 일대일로 모두 만났다. 두 번, 세 번 만난 의원들도 있다. 제가 미워서라기 보다는 지역구 사정 때문이라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남아 있겠다는 의원들도 사실 같은 처지다.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함께 만들었을 때 가졌던 정치의 뜻을 버리고 한국당에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분들이다. 한국당에 간다고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흐물흐물 백기 들고 기어들어가도 한국당이 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내부에서 자유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 얘기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나는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 탈당파의 생각이 내가 그리는 통합과 다를 뿐이다.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 받은 거나 마찬가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거기다가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 세 사람 출당 시키는 게 과연 혁신인가? 더구나 지금 한국당이 하는 행태는 필요할 때는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의) 단물을 빨아먹고, 필요 없어지니 버린다는 것이다. 그것마저도 눈치 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최근 ‘통합이냐 혁신이냐 선택하라면 지금은 통합’이라고 한 건, 바른정당 의원 빼가기의 의도다. 바른정당을 없애려고 정치공작 비슷한 짓을 하는 거다.”

-김무성 의원을 만났을 때 중도보수 통합 구상도 말했나?

“그렇다. 그런데 김 의원은 국민의당과 협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더라.”

-직접 서울시장에 출마해 진두 지휘할 생각은 없나?

“영남에서 4선한 국회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는 건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 11ㆍ13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되면 우선 (우리 당 소속인) 경기지사와 제주지사를 살려내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할 거다.”

-바른정당의 정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대선은 1, 2위 싸움이라서 ‘사표 방지 심리’가 극심한 선거다. 어려운 환경에서 얻은 6.8%다. 그런데 선거 이후에도 우리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들이 제일 많이 묻는 게 ‘너희는 한국당과 다른 게 뭐냐’는 것인데. 낡은 보수를 대체할 세력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야 우리 당이 클 수 있다. 동시에 민주당과도 다르다는 점도 분명하게 증명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된다면 아주 바닥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일부 의원들이 탈당 하는 사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게 기회 요인도 있다고 본다. 이를 어떻게 확장의 발판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이 외교ㆍ안보 분야 특히 한미, 한중 관계는 분명히 잘못 했다. 체념하는 식이다. 문 대통령이 손을 놓아버렸다고 할까, 굉장히 제한적으로 개입하려고 보이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제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간다면서 퍼주기 하다가 혁신 성장으로 돌아섰다. 안보, 경제, 복지의 경중을 가리고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조절해서 나라를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야당의 책임이다. 그런데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한국당도 국민의당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70% 넘는 국정 지지율을 보면 국민 대다수는 잘한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걸 적폐청산으로 밀어붙이는 데 국민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안보도 보수 쪽에서는 위태위태하게 보지만, 전쟁 불안 심리가 있으니 문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 방식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과거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르니 ‘내용 없는 지지’를 받는 요인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 야당이 지리멸렬해서 (반사이익으로) 생긴 지지율도 있을 거다. 야당이 새로운 방식으로, 제대로 견제하면 국민이 야당한테도 눈을 돌려보리라 믿는다.”

-적폐청산을 야당에선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는데…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국민이 몰랐던 충격적인 비리의 증거가 나오면 이명박 정부든 노무현 정부든 수사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 문 대통령은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고 과거의 문제는 검찰, 국세청 이런 기관에 맡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미래의 중요한 문제보다 과거에만 매달린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11월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벼랑 끝 경선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하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도 깨지고, 다른 가능성도 원하는 방향대로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대표가 되면 진짜 밑바닥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마음 먹고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

-대선 때 젊은 보수, 일부 청년 진보도 지지를 보냈다. 앞으로 ‘유승민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더 높일 건가

“그간 보수층은 자신의 직업, 생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40대 보수의 지지를 포기해왔다. 60대 이상 영남 보수만 믿고 정치를 해서는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 관심이 커지고, 정치에 자각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이들을 외면하면 미래가 없다.” 

정리=김지은ㆍ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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