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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명량 이어 국제시장… '스크린 정치학' 흥행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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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명량 이어 국제시장… '스크린 정치학' 흥행몰이

입력
2014.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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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나이' 김무성·문재인 영화 '국제시장' 잇달아 관람

영화 속 인물 리더십·스토리 투영… 세 결집 활용 등 정치권 트렌드로

김무성(왼쪽 사진 가운데)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서울 영등포의 한 극장을 찾아 영화 '국제시장'의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김무성(왼쪽 사진 가운데)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서울 영등포의 한 극장을 찾아 영화 '국제시장'의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이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당 실버위원회와 청년위원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제시장'을 관람하기 위해 영등포의 다른 극장을 찾았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이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당 실버위원회와 청년위원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제시장'을 관람하기 위해 영등포의 다른 극장을 찾았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유력 정치인들이 특정 영화 관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른바 ‘영화정치’가 정치권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속 인물이나 스토리를 토대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지세 결집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 문재인 의원이 ‘국제시장’으로 간 까닭은?

여야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1일 나란히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해 이목을 끌었다. 해방 이후 격변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이 시대 평범한 아버지의 삶을 다룬 이 영화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 개봉 보름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영등포의 한 극장에서 당직자 및 사무처 직원 200여명과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 보는 내내 많이 울었다. 굉장히 교훈적인, 좋은 영화”라고 치켜세웠다. 문 의원도 비슷한 시각 영등포의 또 다른 극장에서 당 소속 실버위원회 및 청년위원회 당원들과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서 “격동의 현대사 속에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것인데 그분들의 노고나 헌신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고, 젊은이들이 영화를 많이 보고 부모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가장 인상 깊게 봤다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두 사람이 공교롭게 2014년 마지막 일정으로 국제시장 관람을 선택한 데는 ‘부산 사나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부산 출신으로 지역구도 부산에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영화 관람을 통해 얻으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 아이콘’을 자처하는 김 대표는 산업화 시대의 애국심을 강조하며 보수 진영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문 의원 입장에서는 민주화 세대 뿐 아닌 산업화 세대를 끌어안는 것으로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문 의원은 영화가 박정희 시대를 미화해 보수 성향을 띤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영화를 놓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논란을 벌이는 게 씁쓸하다”며 “중간에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 시대 우리 사회상이었는데 보수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당치 않은 것 같다”고 일축했다.

‘광해’ ‘변호인’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정치학

영화의 정치학은 지난 대선 이후 더욱 부각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하며 성폭력 등 4대악 척결 의지를 드러냈었고, 문재인 의원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한 뒤 “인간적인 왕의 모습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며 눈물을 흘려 지지층의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대선 1주년에 맞춰 지난해 개봉한 ‘변호인’의 경우 부림사건 해결을 위해 힘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토대로 만들어져 정치적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올해 여름 개봉한 ‘명량’은 박근혜 대통령을 시작으로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관람하며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자신의 이미지로 투영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했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정치 자체에 대한 거부감, 불신이 극에 달할수록 정치인들은 영화 속 인물의 리더십과 스토리를 자신의 이미지로 부각시키는 영화정치에 편승하려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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