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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 스스로 지역정치의 판을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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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 스스로 지역정치의 판을 짜자

입력
2018.06.11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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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이슈와 흥미로운 정책 대결이 없다고 한다.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흥미가 일지 않는다고 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기 전에 이미 승패가 난 것 같다고들 한다. 6ㆍ13 지방선거를 두고 유권자 다수가 내뱉는 불평 아닌 불평이다. 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더욱 활발하게 캠페인을 전개하는 후보들과는 대비적으로 선거일 이전에 유권자들은 이미 선거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은 의외였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를 제외하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겨우 10%를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20%를 넘어섰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에 충분하다. 소위 ‘샤이 보수’ 같이 소극적 유권자층이 투표일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사전투표율 상승이 높은 투표율의 전조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전투표 결과는 지지 후보를 미리 결정한 유권자층에 국한해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전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선거일까지 남은 며칠 동안의 선거캠페인으로 인해 자신의 결정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강한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유권자들에 비해 지지 후보를 더 일찍 결정할 수 있는 적극적 정당 지지자들이다. 이들이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유권자 전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는 아니다. 빈약한 이슈와 정책 대결, 북미회담과 같은 굵직한 외교정책 이슈로 인해 여전히 선거에 대한 관심은 낮고 이로 인한 투표율에 대한 우려는 잔존한다.

이와 관련해 지방선거가 제도적으로 유권자에게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한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에서 여러 직위의 정치인을 동시에 선택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 정치구조를 스스로 창조해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지방선거에 있는 것이다. 우선, 유권자들은 경쟁하는 정당의 후보 뿐만 아니라 동일한 정당 후보 간 정책을 비교해볼 수 있다. 경쟁하는 정당 후보 가운데 누구 정책이 더 나은지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일한 정당의 후보들이 정책적으로 일관된 공약을 제시하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일한 정당이 추천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가 유사한 정책 사안에 대해 서로 상이한 입장을 지닌 경우를 가정해보라. 이 경우 해당 정책의 추진 여부와 방향성은 두 단체장들이 소속된 정당 내부에서 정책적 불협화음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면서 후보들 간 정책을 조율하지 않고 제시하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선거는 후보들의 능력뿐 아니라 후보들의 정책을 다각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지방선거는 또한 내 주변 정치의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일곱 표 모두를 한 정당에 몰아줄 수도 있고 나누어 줄 수도 있다. 한 정당에게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모두 몰아주면, 광역과 기초단체의 정책적 의견 조율이 상대적으로 더 용이할 수 있고 그 결과 지역발전의 효율성을 재고할 수 있을지 모른다. 대조적으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서로 다른 정당에서 뽑아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의회 의원들에 대한 표도 내가 원하는 정치 판짜기에 활용할 수 있다. 단체장이 소속된 정당과 동일한 정당의 의원들이 의회 내 다수를 구성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자치단체의 정치적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일곱 장의 표를 어떻게 행사하는가에 따라 내 주변의 정치환경이 달라진다. 이렇게 흥미로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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