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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태극 문양까지 공부했다고? 스위스 밴드의 정성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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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태극 문양까지 공부했다고? 스위스 밴드의 정성 칭찬해~

입력
2018.03.03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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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자국 응원가 만든

3인조 밴드 ‘바바 슈림프’

한국대사관에 맞춤법 검증

뮤비에 ‘서둘러’ 한글 자막

스위스 밴드 바바 슈림프 드러머인 모리스 본토벨(왼쪽부터)과 보컬 에이드리안 퀴블러, 키보디스트 루카 뷔르칼테는 “한국 전통 음악 소리를 활용해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스위스 밴드 바바 슈림프 드러머인 모리스 본토벨(왼쪽부터)과 보컬 에이드리안 퀴블러, 키보디스트 루카 뷔르칼테는 “한국 전통 음악 소리를 활용해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서둘러’. 스위스 3인조 밴드 바바 슈림프의 노래 ‘허리 허리(Hurry Hurry)’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면 시작하자마자 한글이 뜬다. 영어로 된 노래 제목의 한국어 뜻을 한글로 삽입한 것이다. ‘ㅅ’의 폰트를 못 구해서였을까. ㅅ 대신 영어 ‘Y’를 거꾸로 쓴 듯한 폰트를 넣어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쓴 글씨 같아 정겹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은 바바 슈림프의 키보디스트인 루카 뷔르칼테는 “한국인 친구한테 물어” 뮤직비디오 등에 한글을 넣었다고 했다. “맞춤법과 쓰임이 적절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위스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검증”까지 받았단다.

바바 슈림프 노래 '허리 허리' 뮤직비디오 한 장면.
바바 슈림프 노래 '허리 허리' 뮤직비디오 한 장면.

스위스 사내들이 ‘한글 학구파’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허리 허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스위스 공식 주제가다. 한국인이 빅뱅 멤버 태양의 ‘라우더’를 부르며 평창에서 함성을 외쳤다면, 스위스인들은 ‘허리 허리’를 부르며 자국 선수를 응원했다.

바바 슈림프는 이 곡을 만들기 위해 한국 전통문화까지 공부했다.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특성을 곡에 입혀 몰입도를 높이고 싶어서다. ‘허리 허리’ 재킷 이미지로는 태극 문양을 썼다. 뷔르칼테는 “후렴구로 허리케인이 쓰였는데 그 소용돌이 치는 모습이 태극 문양과 닮아 보여 활용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열정과 관객들의 환호가 뒤섞인 모습을 가사로 옮기다 허리케인이 떠올랐고, 이를 태극 문양과 연결했다는 설명이었다. 외국 음악인의 입에선 “음양의 조화”란 말까지 나왔다. 바바 슈림프는 지난 24일 평창올림픽 선수촌에서 이 곡을 불렀다. 스위스 선수뿐 아니라 한국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허리 허리’는 전자 음악에 기타와 드럼 연주가 버무려져 흥을 돋우는 노래다.

바바 슈림프는 지난달 24일 평창올림픽 선수촌에서 공연했다. 이들은 “훌륭한 장소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한 대단한 공연이었다”며 벅차했다. 바바 슈림프 제공
바바 슈림프는 지난달 24일 평창올림픽 선수촌에서 공연했다. 이들은 “훌륭한 장소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한 대단한 공연이었다”며 벅차했다. 바바 슈림프 제공

#평창선수촌서 응원 공연에

강남 길거리 공연까지 마쳐

“한국의 소리 정말 매력적”

휴대폰에 가야금 영상도 저장

바바 슈림프는 지난달 20일 입국해 26일까지 머물렀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밴드는 22일 길거리 공연도 했다.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알게 된 서울 강남을 찾았다. 한국의 길거리 댄서를 직접 섭외해 지난해 낸 2집 ‘로드 투 로마’에 실린 ‘언더커버’ 등을 함께 공연했다. 밴드는 세계 각국을 돌며 즉흥 연주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집 제목이자 타이틀곡 콘셉트에 맞춰 떠나는 음악 여행이다. 모국인 스위스에서 출발해 독일과 한국을 거쳐 로마로 향하는 여정이다. 1년여 동안 무려 2만4,100여㎞(1만5,000마일)를 돌았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에이드리안 퀴블러는 “음악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라며 “음악적으로 크게 영감도 받는다”며 즐거워했다. 뷔르칼은 “서울에서 거리를 걷다 특이한 소리가 나면 바로 녹음했다”며 “한국 방문 경험이 새 앨범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바 슈림프는 K팝보다 한국의 전통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퀴블러는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라며 휴대폰을 꺼내 저장해 둔 한국 청소년의 가야금 연주 영상을 보여 주기도 했다.

바바 슈림프는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국의 댄서들과 길거리 공연도 했다. 바바 슈림프 제공
바바 슈림프는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국의 댄서들과 길거리 공연도 했다. 바바 슈림프 제공

바바 슈림프는 2014년 1집 ‘네온’으로 데뷔했다. 스위스에서 쌓은 인기를 토대로 미국 인기 록 밴드 킹스 오브 리온의 세계 순회 공연 오프닝 밴드로 나서며 유럽에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컨트리부터 전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따뜻하면서도 듣기 편한 노래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여름엔 신곡도 낸다. 세 사내는 밴드가 ‘따뜻한 음악 공장’이 되길 바랐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영감을 받아 밴드 이름을 지었어요. 검프가 군대에서 버바를 만나 전쟁 끝나면 새우잡이 사업을 하자고 하고, 버바가 죽자 ‘버바 검프 슈림프 컴퍼니’를 세우잖아요. 우정을 토대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데 감명을 받았거든요, 하하하.”(드러머 모리스 본토벨)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바바 슈림프 노래 '허리 허리' 재킷 이미지.
바바 슈림프 노래 '허리 허리' 재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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