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파동, 설명 의무 다하지 못해” 경고
임종석 실장도 류처장에 염려 표명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살충제 달걀 파동 대응 과정에서 논란을 부추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다시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21일 국회에서 “사회통념상 일정 시점까지 업무 장악이 안 된다면 류 처장의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옐로카드다. 이 총리가 공개된 자리에서 류 차장의 소통과 업무 능력 부족을 잇따라 지적한 것을 두고 책임총리로서 해임건의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관세청장 등 차관급 공직자 16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공직자는 국방ㆍ근로ㆍ교육ㆍ납세의 4대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가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설명을 충실히 못하면 (공직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번 계란 파동도 관리 책임을 충분히 못했다는 것 못지 않게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다”고 언급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총리에게 질책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표현한 류 처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 총리는 또 “설명의 의무를 다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감수성과 정성과 정량, 준비를 차례로 꼽아가며 작심하고 류 처장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여기 안 오신 어떤 분한테 미안한데”라며 17일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소개하며 류 처장의 자질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총리는 “심지어 (류 처장이) ‘하루에 2.6개씩 죽을 때가지 먹어도 괜찮다’고 했는데 그러면 어떤 계란을 먹어도 괜찮다는 건지 물어보니까 ‘가장 불량한, 나쁜 계란을 그렇게 잡숴도 괜찮다’고 설명을 하고, ‘그렇다면 왜 전량 폐기합니까’라고 하니 그 다음부터는 설명이 막혔다”고 꼬집었다.
이 총리는 특히 ‘사회적 감수성’ 부족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어떻게 설명해야 국민을 덜 분노케 하고 불신이나 의심을 최소화 할 것인가를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셔야 되는 것이고, 그걸 저는 사회적 감수성이라 생각한다”며 “그것이 무딘 분은 정말 어려운 분야가 공직”이라고 말했다.
내각을 통할하는 이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자질 문제를 거듭 언급하면서 류 처장이 사실상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29일 이 총리에게 임명장을 받을 예정인 류 처장의 난처한 입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구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최근 류 초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염려와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거취를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류 처장이 부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도와 온 측근 정치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 총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청와대도 류 처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류 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염려와 당부’의 말을 했다”고 공개하면서 “경고나 경질 이런 의미는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