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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상통화 규제, ‘익숙한 정답’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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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상통화 규제, ‘익숙한 정답’ 버려라

입력
2018.01.30 17: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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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열풍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마침내 거래를 투명화하고 과세하기로 하는 등 시장개입을 시작했다. 단기간의 가격 급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가상통화에 대한 인식 차이는 여전하다. 당국은 시장 과열이란 현실적 문제에, 가상통화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은 미래산업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논쟁의 관점도 뒤섞여 있다. 분산원장이라는 기술 측면과 가상통화 또는 암호화폐라는 거래수단 측면이 뒤엉켜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상통화는 규제하고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지원하려는 것을 ‘반쪽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면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수적인데 가상통화 규제는 기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에 대한 지나친 인센티브는 디지털 연금술 확산을 촉발해 혼란해 질 수 있다. 가상통화 거래는 비록 사적 영역이지만 사회·경제적 안정을 저해하는 것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많다.

가상통화의 높은 가격은 제한된 공급량과 미래사용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국제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려면 광범위한 대중의 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가상공간이다. 네트워크 내부에서의 거래는 참여자들 간 손 바뀜 현상인 것이다. 네트워크를 떠나려면 바깥의 현실 화폐와 거래되어야 하고 가격이 형성된다. 그런데 중간 매개체나 법적 보호막도 없어 가격 폭락 시 대중은 대규모 손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네트워크를 통제할 거버넌스가 없어서 결국 소수의 채굴자가 시장을 지배할 우려가 높다. 틈새(niche) 자산이라는 위상을 벗어나기 어렵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가 ‘화폐의 종언’을 유발할까? 화폐가 갖는 세가지 주요 기능, 즉 가치저장, 지급수단, 그리고 회계단위로서 기능할 것인가? 가치 보장기관도 없고 가격은 수요에 의존해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높다. 그래서 가치저장이나 지급수단으로서 부적절하고 재화의 가격을 정하고 부채를 기록할 때 사용되는 회계단위로서도 신뢰감이 없다.

비트코인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은 장차 금융산업이나 다른 영역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중개소가 불필요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안전한 정보기록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끔 인터넷 기술과 비교된다. 인터넷 활성화에 축적된 시간이 필요했듯이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잠재력 발현을 위한 초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통화 규제가 블록체인기술 활성화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 비트코인 추락은 대중의 신뢰를 심하게 훼손해 핀텍이나 미래산업 발전에 중대한 차질을 줄 수 있다. 버블형성을 우려하고 적절히 제어해야 하는 까닭이다.

비트코인 열풍은 우리에게 적잖은 교훈을 준다. 우선 전통 거시경제학적 사고를 조율해야 할까? 법정화폐 이외에 독자적인 거래수단으로 가상통화 통용이 확산될 경우 나타날 경제적 파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디지털 통화는 시장의 신뢰라는 측면에서 법정화폐에 비할 바 아니지만 기술 발전측면에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사회적 파장을 야기한다고 관련 시장을 없애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비트코인 열풍은 거래소를 출현시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었다. 시장은 참여자들을 항상 편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방, 경쟁체제 또는 선물시장 등을 통해 시장자율로 정리하도록 해 관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케 해야 한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정책은 섬세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비트코인 붐은 불과 2년 전에도 제대로 예측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언제 어디서 어떤 기술이나 상품이 나타나서 경제사회를 뒤흔들지 모른다. 산업생태계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산업이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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