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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리는 따오기 소리… 세계적 생태박물관 꿈 여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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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리는 따오기 소리… 세계적 생태박물관 꿈 여문다

입력
2016.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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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속 따오기 부부가 금실을 뽐내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그림 32008년부터 따오기 복원ㆍ증식을 추진해온 '창녕우포따오기복원센터'. 우포늪을 낀 야트막한 산자락에 요새처럼 자리잡고 있다. 창녕군 제공
케이지 속 따오기 부부가 금실을 뽐내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그림 32008년부터 따오기 복원ㆍ증식을 추진해온 '창녕우포따오기복원센터'. 우포늪을 낀 야트막한 산자락에 요새처럼 자리잡고 있다. 창녕군 제공

방사훈련장ㆍ인큐베이터… 명실상부 ‘따오기 타운’

직원 보살핌 극진… 우포늪과 생태 복원 시너지 기대

낙동강

지류 토평천 유역에 1억4,000만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 만들어진 우포늪은 담수면적 2.3㎢의 국내 최대 자연 늪지다. 이런 생태계 보고(寶庫)를 보유한 경남 창녕군은 광활한 우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 세계적인 ‘생태관광 1번지’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37년 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천연기념물 제198호(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 따오기복원센터가 있다.

우포늪 남쪽 야트막한 산속에 요새처럼 둥지를 튼 창녕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는 지난 4일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2008년 10월 한ㆍ중 정상회담의 산물로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한 쌍이 우포에 신방(新房)을 차린 이후 철저하게 차단했던 빗장을 풀고, 일반인의 기억 속에 잊혀진 따오기를 공개한 것이다.

특수 제작된 상자에 실려 중국 시안(西安)에서 전세기 편으로 김해공항으로 들어와 무진동 차량을 통해 우포에 옮겨진 따오기부부는 2009년 한국산 따오기 1세대 암컷 2마리가 첫 출생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2마리, 2011년 7마리, 2012년 4마리, 2014년 29마리에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38마리를 부화하는데 성공, 9년 만에 171마리로 빠르게 증식됐다.

2014년과 지난해 따오기 식구가 크게 늘어난 것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1부1처제’인 따오기의 성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수컷 2마리를 추가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창녕군은 환경부와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추진해온 따오기 복원사업을 통해 9년 만에 개체수를 크게 늘린 것을 기념하고 내년 하반기쯤 자연방사를 앞둔 사전 적응 차원에서 ‘따오기 복원 성공기념 및 대국민 개방행사’를 열고 있다. 군은 이날부터 하루 4차례 사전 인터넷 신청을 받아 관람객들에게 1시간씩 관람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 따오기를 처음 봤다는 박상구(51ㆍ대구 달서구 송현동)씨는 “책과 TV를 통해 보며 생각했던 따오기 보다 훨씬 크다”며“깨끗한 환경이 조성돼 전국의 산과 들에서 따오기를 볼 수 있었음 좋겠다”고 말했다.

연면적 2만3,500㎡의 복원센터는 연구관리동과 검역동, 번식케이지, 관람케이지, 부화육추동, 방사훈련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9칸으로 출발한 번식케이지는 식구들이 크게 늘면서 29칸으로 증축됐고, 육추(育雛)동에는 따오기 인큐베이터(4개)까지 갖췄다. 특히 최근 내년 자연방사를 대비한 방사훈련장과 일반인 관람을 위한 관람케이지까지 갖춰져 명실상부한 ‘따오기 타운’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171마리의 따오기 가족은 2008년 복원센터 가동부터 줄곧 어미새 마음으로 센터를 지키고 있는 이성봉(48ㆍ따오기담당), 김성진(39ㆍ따오기야생담당) 등 직원 8명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직원들은 야간 당직은 물론 산란철인 3∼7월 사이에는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한다. 또 조류 질병이 센터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도 센터를 출입할 때 마다 철저하게 소독을 하고 있다. 2014년 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됐을 때는 설 연휴를 포함해 2주일 동안 복원센터 안에서 숙식하며 격리생활을 하기도 했다.

방역 못지않게 보안도 철저하다. 센터 외곽에는 폐쇄회로(CC)TV가 30여곳에 설치돼 있고 고라니와 멧돼지, 족제비 등 야생동물의 침범을 막기 위해 철조망과 전기가 흐르는 전기목책기 등도 설치돼 있다.

센터 터줏대감 이성봉 따오기담당은“언제 어떻게 돌발변수가 생길 지 몰라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센터를 비울 수 없어 밤을 꼬박 새우며 비상근무를 한 적도 있다”면서도 “한 쌍의 따오기가 9년 만에 171마리로 늘어나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자연의 품으로 돌려 보낸 따오기가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며 “자연적응력을 길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고 덧붙였다.

동이 트기 전 날갯짓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따오기는 하루 두 차례 식사를 한다. 아침은 쇠고기와 밀, 콩을 배합한 인공사료, 점심엔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먹는다. 따오기 1마리당 인공사료는 70~80g, 미꾸라지는 100g가량을 먹는다.

보금자리인 대형 케이지 속에는 물웅덩이와 잔디 등이 깔린 놀이터, 목욕탕 격인 수조, 잠자리 역할을 하는 횃대 등이 설치돼 있다.

복원센터는 내년 9, 10월쯤 환경부와 협의해 20여마리를 우포늪에 풀어 놓을 계획이다. 발목에 인식표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추적기를 심어 이동경로와 먹이활동 등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따오기들은 야생방사 3개월 전부터 길이 70m, 폭 50m, 높이 20m, 넓이 3,300㎡인 초대형 돔형 방사적응 훈련장에서 비행과 사냥사회성 및 대인ㆍ대물훈련 등 총 5단계의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된다. 야생방사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단계별 훈련을 통과한 따오기만 방사할 방침이다.

군은 방사될 따오기가 자연 서식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센터 주변 국유지와 논, 밭 등에 20여㏊의 무논을 조성할 계획이다. 야생방사가 성공할 경우 점차 그 수를 늘릴 계획이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멸종위기의 따오기를 복원ㆍ증식하고, 자연방사를 위해 주변 생태환경까지 조성하고 있는 것은 지자체가 주도한 종복원 사업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잊혀진 따오기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 우포늪을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박물관’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창녕=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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