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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천국’ 제주?…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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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천국’ 제주?… “이젠 옛말”

입력
2017.02.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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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23곳 들어서며 과당경쟁

부도ㆍ경매ㆍ세금 체납 등 경영난

2011년 이후 추가 건설도 없어

‘황금알’ 깨지고 적자생존 시대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제주컨트리클럽(CC). 1962년 5ㆍ16도로 개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안해 4년 공사 끝에 문을 연 제주의 첫 골프장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골프장답게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2013년 부도를 맞으면서 하락세를 걸었다. 지난해 7월엔 경매에 부쳐져 세 차례나 유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1,172억원이었던 ‘몸값(감정평가액)’은 402억원으로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5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CC가 경영난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지역 내 다른 골프장들의 사정도 제주CC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돈줄이 막히면서 팔려고 내놓거나 세금도 내지 못하는 골프장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13일 골프장 업계에 따르면 제주CC 외에도 도내 골프장 2곳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또 A골프장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B골프장은 아예 압류에 들어간 상황이다.

세금조차 못 내는 골프장도 5곳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골프장의 지방세 체납액은 198억원. 제주도 전체 지방세 체납액의 43%에 이른다.

한때 제주 골프장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실제 현재 도내 운영 중인 골프장 30곳 가운데 무려 23곳이 2001년부터 2011년 사이에 들어섰다. 그 만큼 골프장은 ‘돈 되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을 듣던 제주도 골프장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골프장 전경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을 듣던 제주도 골프장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골프장 전경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2011년 30번째 골프장인 스프링데일이 등록한 뒤 현재까지 도내에서 추가 사업 신청은 한 건도 없다. 2007년 당시 모두 37개 골프장이 허가돼 전체 홀 수가 924홀에 달했고, 1,000홀 돌파도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도내 골프장의 홀 수는 726홀로, 골프장 수와 전체 홀 수는 오히려 줄었다. 너도 나도‘대박’을 꿈꾸며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생존경쟁을 벌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골프장들은 과당경쟁으로 ‘제살 깎기’ 경쟁을 벌이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요구에 직면했다. 또 최초 골프장 설립 당시 자기자본을 적게 투자하다 보니 금융비용 차입과 회원권 분양을 통해 금융비용을 충당했지만 지금은 회원금과 입회금 반환은커녕 금융권에 빌린 대출금 이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고 향후 사업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골프장 이용객이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도내 골프장 이용객은 2009년 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180만명, 2011년 181만명, 2012년 173만명으로 매년 감소했다. 2013년에는 186만명으로 반짝 증가하기도 했지만 2014년엔 다시 178만명으로 줄었다. 이후 2015년 192만명으로 늘었지만 이후 증가 폭이 크지 않아 지난해엔 194만명에 그쳤다. 업계에선 “골프장 이용객 중 요금 혜택이 주어지는 도민들의 비중만 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실제 제주지역 골프장을 찾는 외지 및 외국인 이용객은 110만명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여기에 20~30대나 여성 이용객들도 늘어나지 않아 신규 이용객들이 발생하지 않는 등 골프장 이용객들이 정체현상을 빚으면서 향후 도내 골프장 미래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골프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지역 30개 골프장 중에서 제대로 영업을 하는 곳은 3분의 1 정도밖에 없는데 새롭게 골프장을 건설할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도내 골프장 이용객이 늘어도 과당경쟁으로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라 경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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