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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값 인상, 포기한 게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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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값 인상, 포기한 게 아니었네

입력
2017.04.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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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정부 압력에 철회 한달 만에 재추진

정부도 용인… 1마리 값 2만원 안팎 될 듯

치킨 업계가 세무조사 등 정부의 강도 높은 압력에 못 이겨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가격 동결을 주도했던 정부도 시장경제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더 이상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는 가맹점들의 경영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치킨 1마리 가격이 2만원 안팎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최대 가명점을 보유 중인 치킨프랜차이즈업체 BBQ는 25일 “지속적인 인건비, 임차료 상승과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가맹점주들이 어려운 입장이라 조만간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BQ 관계자는 “경영상 어려움에 부닥친 가맹점주들이 앞장서 치킨값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조만간 치킨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내부적으로 시기와 인상폭 등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인상 시기는 내달 초쯤이 될 것으로 보이며 가격 인상폭은 지난달 초 발표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BBQ는 지난달 초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을 마리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12.5%, ‘황금올리브속안심’은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5.9%, ‘자메이카통다리구이’는 1만7,5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8.6% 각각 올리는 등 주요 메뉴를 평균 9~10%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닭고기의 수급 불안을 핑계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유통질서를 교란하는 업체는 국세청에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각각 의뢰하겠다”고 압박했다. BBQ는 정부의 강도 높은 압력에 못 이겨 결국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정부가 이번에는 가격인상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직접 시장 간섭에 나서 가격 동결을 주도할 경우 시장경제 자유 침해라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번에는 AI 때문에 닭고깃값이 올라 치킨값을 인상한다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댔기 때문에 개입을 했지만, 인건비나 임대료 인상 등 합리적 이유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BBQ를 따라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치킨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촌치킨은 치킨 가격을 올릴지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기가 문제였는데 BBQ에서 길을 열어주면 다른 업체들도 조용히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BBQ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치킨 1마리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치킨을 즐겨 먹는 한 소비자는 “이미 치킨 1마리에 2만원 이상인 메뉴도 상당하다”며 “치킨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킨 가격 인상이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 배만 불릴 것이란 비판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치킨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도 교촌치킨, BBQ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2,197억원을 기록했고, 교촌치킨(회사명‘교촌에프앤비’)도 지난해 2,91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2,575억 원) 보다 13.0% 급증했다. 김민정 숙명여대 교수는 “가격을 인상하면 가맹점주가 당장 이윤이 조금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결국 본사와 가맹점주 간 이익 배분의 문제여서 양측간 이익배분 구조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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