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람 기자

등록 : 2017.07.17 04:40
수정 : 2017.07.17 04:40

‘청와대 캐비닛 문건’ 재판 증거 채택까지는 산 넘어 산

등록 : 2017.07.17 04:40
수정 : 2017.07.17 04:40

대통령기록물 여부 1차 관건

서류 작성자 확인ㆍ진술 확보

피의자 증거 채택 동의도 난관

14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들이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한 300여 건의 자료를 청와대 민원실에서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검토 메모 등이 포함된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증거 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문서들이 선고를 한 달여 앞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향후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거로 인정받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따르면 특검은 청와대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작성자를 확인하고 내용을 분석해 공소사실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재판부에 증거 채택을 요청하고, 이외 부분은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특검은 현재 공소유지 권한 밖에 없어 작성자 조사나 문건 진위 여부 등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해야 한다. 청와대는 14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전 정권의 지원 및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관련 문건 및 장관 후보자 인사자료, 지방선거 판세분석 등이 담긴 300여건의 문건이 발견됐다며 이 중 일부 사본을 특검에 전달했다.

관심은 이 문서들이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다. 문서가 생산된 기관이 청와대이고, 재판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증거 채택은 곧바로 재판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특검에 전달한 문건이 공문서로 인정되면 별다른 이의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 경우 문건을 언론에 공개한 행위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지정 기록물, 비밀기록, 일반기록(공개 및 비공개기록)으로 구분된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목록 및 내용을 15~30년 동안 대통령기록관에 봉인 조치해서 외부에서 그 존재를 알 수가 없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기록물인 것은 맞지만 자료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아 지정 기록물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건의 증거 채택 여부를 법정에서 다툴 경우 삼성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우선적으로 공개 가능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여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문서가 아닌 자필 메모는 전문(傳聞)증거로 증거 채택 여부를 다투게 된다. 전문증거는 해당 재판에 직접 출석해 진술하지 않은 증거를 말하는데,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해당 내용을 작성한 진술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이 문건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했다는 점을 밝히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혹은 법원이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서 작성된 문서로 인정하게 되면 증거로 채택된다.

문건이 공문서이든, 메모든 작성자를 상대로 한 작성 경위 조사는 필수 과정이다. 이 부분이 명쾌해야 증거 능력이 인정되고, 정치적 논란도 줄일 수 있다. 검찰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공무원들 중 문건 작성자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특정해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이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에 순순히 협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조사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작성자와 문건 작성 배경이 파악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사건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 측에서 특검이 제출한 문서를 증거로 채택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문건 작성과 관련된 인사들을 일일이 법정으로 불러야 하는 만큼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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