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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힘겨루기의 1차 분수령 될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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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힘겨루기의 1차 분수령 될 ‘25일’

입력
2018.07.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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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전경. 웨이보 캡쳐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전경. 웨이보 캡쳐

‘무역전쟁’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오는 25일 한 차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중국이 대만 표기 수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정한 시한인데, 아직까지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6곳이 모두 미국 국적 항공사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 표기 수정 시한으로 못박은 25일이 다가오자 연일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외국기업은 중국의 법률을 준수해야 하며 중국의 완전한 영토와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불가피하게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샤오훙(顧曉紅)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 대변인도 지난 18일 “대만 표기 수정 요구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준수를 촉구하는 의미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민항국은 지난 4월 대만ㆍ홍콩ㆍ마카오 등 3개 지역이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표기된 외국 항공사들의 문구와 자료를 지적하며 이를 중국에 포함시킨 상태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일본항공(JAL)과 에어캐나다,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에어, 호주 콴타스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이에 따랐고,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나라별 분류를 없애고 동북아시아 카테고리 속에 권역별 도시이름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당초 지난달 30일을 수정시한으로 정했던 중국 민항국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당국의 수정 요구를 받은 44곳의 항공사 중 38곳이 수정작업을 완료했다”면서 “아직 수정을 하지 않은 6곳의 항공사와 긴밀히 협조해 오는 25일까지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항공사에 대해선 ‘일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목되는 건 현재까지 중국의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6곳의 항공사가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아메리카에어라인, 델타항공 등 모두 미국 국적 항공사라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요구를 ‘오웰리언(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난하며 공개적으로 자국 항공사들에게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오는 25일까지도 미국 국적 항공사들이 대만 표기 수정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이 항공사들의 대만 표기 문제를 두고 사실상 힘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이 문제를 대미 압력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갈등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영토주권 문제임을 강조하며 수 차례 ‘조치’를 강조해온 상황에서 아무 일 없듯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미국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이 갖고 있는 경제적 비중을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정부 차원에선 중국의 조치를 비판했지만 해당국 항공사들은 중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이 때문에 미국 항공사들도 국가별 분류 대신 지역별 취항도시 나열 방식으로 비켜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측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결부된 대만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항공사들의 대만 표기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가는지를 보면 무역전쟁으로 상징되는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추이를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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