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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한정판 괴물 ‘친척몬’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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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한정판 괴물 ‘친척몬’이 몰려온다

입력
2016.0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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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괴물로 변신하는 조카들. 게티이미지뱅크
명절이 되면 괴물로 변신하는 조카들. 게티이미지뱅크

‘스벅 덕후(스타벅스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박모(28ㆍ여)씨는 명절 때마다 불청객을 맞이한다. 박씨가 5년 여간 공들여 모은 40여개의 텀블러와 머그잔 라인업을 노리는 ‘조카몬(조카+몬스터를 합친 신조어)’들이다. 명절 때마다 유치원생 2명, 초등학생 2명으로 결성된 조카몬 군단이 들이닥쳐 예쁜 것만 골라 달라고 조르는 통에 골치가 이만저만 아니다. 박씨는 6일 “아무리 귀여운 조카라도 어렵게 모은 애장품을 선뜻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하지만 집안 어른들은 ‘이모가 너무 냉정한 것 아니냐’고 못마땅해 하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박모(31)씨 역시 금융권에 종사하는 네 살 위 사촌 형을 스스럼 없이 ‘사촌몬’이라 부른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새로 나온 보험 상품을 권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족이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어 지난해 큰 맘 먹고 월 10만원짜리 보험을 들어줬다”며 “이번 설에 또 강매를 당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명절만 되면 이모나 삼촌을 괴롭히는 조카들 탓에 싱글족 사이에는 ‘조카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조카몬뿐 아니라 명절 불쾌 지수를 높이는 사촌이나 어른들까지도 ‘사촌몬’ ‘친척몬’등 명절의 악마로 불리는 실정이다.

싱글족이 친척을 공공연하게 ‘몬스터(괴물)’라 칭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절은 친지들이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날이지만 싱글족은 가족과의 공감대를 찾지 못하거나 명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외톨이가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2년 차 임모씨(31)씨는 최근 아예 친척집에 발길을 끊었다. 그는“취직한 사촌들 앞에서 할아버지가 ‘넌 나이가 몇인데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 못하냐’며 공개 망신을 줬다. 취직을 한 뒤에도 친척들은 또 다시 나를 혼자 연애도 못하는 바보로 몰아갔다”고 푸념했다.

임씨처럼 명절을 기피하는 싱글족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9월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20~30대 미혼남녀 238명 중 절반 가량(47.1%)이 명절을‘홀로 보낸다’(21%)고 답하거나 ‘친구 또는 연인과 보낸다’(13%)고 응답했다.

임씨는 올해 설 명절 피난처로 PC방을 점찍었다. 그는 “설 연휴도 잔업을 핑계로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며 “PC방에서 미친 듯이 게임이나 즐길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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