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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슬픔에도… 삶의 구석구석 빛나는 시의 무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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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슬픔에도… 삶의 구석구석 빛나는 시의 무용함

입력
2015.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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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지음

삼인 발행ㆍ272쪽ㆍ1만3,000원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보기'를 펴낸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삼인 제공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보기'를 펴낸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삼인 제공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황현산씨의 고향 후배 이야기다. 문청의 꿈이 좌절된 후 마흔 넘어 고향으로 내려간 그는 노모와 함께 된장을 담가 팔며 삶에 안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가 돌연 ‘참된’ 된장을 찾아 전국 산간을 돌며 재래종 콩의 종자를 구하고 각지의 장 담그는 법을 기록해 집대성하려 하면서 사업은 기울고 그는 고향을 떠난다. 황씨는 그 후배를 “예술가를 자처한 적은 없으나 (…) 그 몸으로 예술가의 알레고리가 된 사람”이라고 부른다. 삶을 이어갈 수 있음에 감복하지 않는 인간, 먹고 살기의 전쟁 속에서 사치스럽게도 본질에 한 눈 파는 인간. 어떤 예술가들이 예술의 무용성을 변명하거나 반박하는 데 반해, 이 원로학자는 대담하게도 무용함을 예술로 정의해버린다. “나는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자신을 무용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황씨의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출간됐다. 2014년 초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 27편을 모은 것이다. 이육사, 한용운, 윤극영, 서정주, 백석, 유치환, 김수영, 보들레르, 진이정, 최승자 등의 시편을 통해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읽는다. 그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윤 일병 사건 등 유독 참혹한 일이 많았던 지난해에도 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그 무용함을 빛냈다. 세월호 때는 망각을 지연시켜 일상으로의 복귀를 막았고, 윤 일병 때는 인권의 중차대함을 상기시키며 ‘민생’으로부터 눈 돌리게 만들었다.

황씨는 올해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많이 읽고 쓰는 학자 중 한 명이다. 어른이란 말을 칭찬으로 듣지 않는 원로학자의 ‘현재진행형’ 통찰이 돋보인다.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보기'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보기'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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