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중(38)

페루의 마추픽추는 배낭여행자에게 양날의 검이다. 평생 꿈꿔온 버킷리스트에 속하면서도, 살인적인 돈 출혈을 예고하는 미운 오리 새끼다. 마추픽추를 가려는 배낭여행자 전 상서. 우는 주머니 달래는 법도 싹싹 긁어 모았다.

배낭여행자는 마추픽추에서 여러 심판대에 오른다. 돈을 쓸까, 몸을 쓸까.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에 알아두면 편리한 기본 지식

▶쿠스코(Cusco, 해발 3,399m) : 잉카 제국의 정신과 스페인 문화의 조화가 아슬아슬한 도시.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이다. 이곳에서 여행자는 마추픽추를 비롯해 친체로, 오얀타이탐보 등 잉카 유적의 선물세트인 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으로 가는 시동을 건다. 페루 여행의 통과의례와 같은 지적, 문화적 도시다.

▶마추픽추(Machupicchu, 해발 2,430m) : 하늘에 가까이 세워진 잉카 도시인 만큼 ‘사진발’이 대단히 좋다. 스페인 정복자의 침략을 막기에 최적화된 지형. 전 세계 방문자로 인해 미세하게 해발이 낮아지는 몸살을 앓는 중. 입장 후 별도 옵션으로 와이나픽추와 몬타냐 마추픽추가 있다.

▶와이나픽추(Huaynapicchu, 해발 2,682m) : ‘오래된 봉우리’인 마추픽추의 인기 옵션. ‘젊은 봉우리’인 만큼 타협 없이 뾰족하다. 네 발로 오를 각오를 해야 한다. 으레 사진으로 본 마추픽추의 반대 절경을 맛보는 또 다른 세상이다. 단, 몬타냐 마추픽추에 비해 기회비용이 큰 편. 원하는 날짜의 티켓을 구하는 게 어렵고 산행도 힘들지만 그 절경이 자주 구름에 가려진다.

▶몬타냐 마추픽추(Montana Machupicchu, 해발 3,082m) : 와이나픽추에 비해 완만하지만 산은 산이다. 가끔은 기어오르고, 때론 절벽에 몸서리치는 산행이다. 와이나픽추가 단 렌즈로 본 마추픽추라면, 몬타냐 마추픽추는 광각 렌즈로 본 마추픽추. 우르밤바 강이 마추픽추를 휘감고, 와이나픽추를 배경으로 한 마추픽추가 구름 커튼에 가렸다가 걷힌다. 정복자를 이해하는 묘한 교감이 생긴다. 와이나픽추보다 정상에 잠시라도 궁둥이를 붙일 자리가 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 해발 2,040m) : 마추픽추 푸에블로(Machupicchu Pueblo, 마추픽추 도시)로도 불린다(아니 불리고 싶어 한다). 마추픽추를 위한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춘 베이스 캠프다. 마추픽추로 오르는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하고, 외부 도시에서 온 기차의 종착역도 여기다. 쿠스코가 아닌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입성해야만 마추픽추가 지척이다. 물가는 예상대로 너그럽지 않다.

▦마추픽추만 입장하려고? 옵션 하나 추가!
몬타냐 마추픽추에 오른 자에게만 허락되는 풍경. 우르밤바강으로 둘러싸인 와이나픽추를 병풍으로 한 마추픽추의 모습.

마추픽추 티켓은 환불이 불가하다. 취소할 상황이면 티켓 비용을 날리는 수밖에 없다. 학생이 아니거나 현지인으로 국적을 바꾸지 않는 한 에누리도 없다. 비싸게 구는 입장권의 종류는 3가지. 마추픽추 외에 와이나픽추 혹은 몬타냐 마추픽추 입장권 중 하나를 추가하는 게 가성비가 좋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몬타냐 마추픽추에서도 ‘공중도시’라는 마추픽추의 별명에 절대 공감할 것이다. 자연은 오른 만큼 내어놓는다. 단, 이 두 가지 옵션은 하루 두 차례로 제한돼 있고, 시간대별(입장 시각 기준) 수용 인원이 적은 편이다. 날짜 변경은 가능하지만 원하는 날짜에 변경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특히 와이나픽추는 한 달 예약이 꽉 잡힌 경우도 허다하다. 결제 전, 마추픽추에 본인의 스케줄을 맞출 각오를 해야 한다. 티켓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 모두 가능하다. 입장 시 티켓과 여권은 필수다.

마추픽추 공식 홈페이지(www.machupicchu.gob.pe)외에 대행사(www.ticket-machupicchu.com)에서도 예약할 수 있으나 공식 가격보다 30달러 비싼 도둑놈 심보를 가진 데다가 15일 이내 티켓만 구할 수 있다.

마추픽추 공식 홈페이지

▦티켓별 가성비 (1솔 = 약328원)

쿠스코에 있는 공식 판매처 중 하나. 오프라인 구매 스타일이라면 마추픽추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소를 찾아볼 것.
마추픽추의 각 검문소에선 용을 써도 티켓을 구할 수 없다. 입산과 퇴산 시 이곳에서 서명한다. 무사귀환의 증표로서.
No pain, No gain. 몬타냐 마추픽추에서 보면 마추픽추가 바로 발 밑이다. 보였다가 숨었다가, 새침한 마추픽추.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다 비싸다. 덜 비싼 길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쿠스코 시내 여행사에서 마추픽추 1일 및 1박 2일용 패키지를 판매한다. 배낭여행자에겐 관대하지 못한 가격이다. 쿠스코에서 홀로 시도하는 마추픽추행은 대략 3가지로 추릴 수 있다(3박 4일 잉카 정글 트레일은 제외). 비싼 직행 기차, 덜 비싼 버스+기차, 이보다 조금 덜 비싼 버스+도보행. 가격이 비싸면 몸이 편하고, 가격이 저렴하면 체력과 시간을 거덜 내야 한다. 체감상 모두 비싸다.

믿는 게 체력인 배낭여행자에겐 쿠스코에서 이드로일렉트리카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고 이드로일렉트리카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구간에선 철길을 따라 걷는 게 최적이다. 선택 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판단할 것. 쿠스코와 이드로일렉트리카 구간은 산을 뺑뺑 도는 고문의 7시간 행이다. 엉덩이를 반쪽 걸터앉을 지도 모르는 승합차가 준비되어 있다. 이드로일렉트리카에서 쿠스코행 승합차를 오매불망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인생처럼 단점만 있진 않다. 이동 시 경치는 훌륭하고 졸지에 전우가 된 배낭여행자와의 대화는 성스럽게 꽃피운다. 이 경로를 택했다면 1박 2일 여정이 필수다.

▶경로:쿠스코-(승합차)-이드로일렉트리카-(도보)-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복귀도 동일

▶가격 쿠스코-이드로일렉트리카 왕복 약 70솔(여행사에 따라 유동적)

▶이용 시간 쿠스코 > 이드로일렉트리카 오전 8시~오후 3시, 이드로일렉트리카 > 쿠스코 오후 2시부터 선택(여행사에 따라 유동).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픽업 시간을 결정한다.

이드로일렉트리카(hydroelectrica)행 버스 티켓을 파는 여행사를 수소문할 것. 적당한 개고생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배낭여행자에게 적격이다.
보기에만 양호한 이드로일렉트리카행 승합차. 승차 인원에 제한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람을 가득 태운다.
0 마추픽추에 다가갈수록 없던 멀미 증세를 앓는다. 꼬불꼬불 산길을 날아다니는 운전 솜씨는 세계 최강.
이드로일렉트리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가는 철길. 내 다리가 곧 기차다. 이처럼 진짜 기차를 피해야 할 상황에 가끔 놓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속에 철길 위에서 본 풍경. ‘기차 탈 걸 그랬어’란 생각을 10번쯤 하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쿠스코로 복귀하는 승합차 정류장 전경. 운전기사가 호명하기 전까지 아무도 차에 탈 수 없다. 기다리다가 개명하고 싶어진다.
▦비싼 물가, 그래도 대안은 있다.

마추픽추 외바라기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물가는 예상대로 비싸다. 쿠스코에서 물과 서바이벌 식량(초콜릿이나 에너지 바)을 적당히 챙기는 것도 방법. 긴 이동 시간 혹은 마추픽추 내에서 목숨을 보전하는 기본자세다. 물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비싼 물가를 비껴가는 곳도 있다. 숙소와 재래시장이다. 빈방은 넘치고 재래시장은 저렴하다.

이드로일렉트리카로부터 실신 직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닿으면, 뭇 사내가 슬슬 접근한다. 숙소 브로커다. 인당 20솔, 협상하면 15솔에도 화장실이 딸린 방을 구할 수 있다. 재래시장은 마추픽추행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다(기념품 시장과 구분할 것). 2층으로 오르면 5~7솔에 푸짐하고도 맛난 한 끼가 기다린다.

마추픽추 입구의 유일한 바이자 레스토랑. 목은 타는데 일반 식당 물가의 3배를 자랑한다.
내로라하는 전 세계 체인점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를 점령하지 못한 건 반가운 일. 우르밤바 강물 소리와 새 소리가 영민하게 잠을 깨운다.
시장의 규칙은 어디나 같다. 손님이 많은 곳이 맛집. 마추픽추로 출격하기 전날 밤, 소고기 야채 볶음인 로모 살타도(lomo saltado)로 체력을 보강해볼 것.
▦24달러 버스 대신 마추픽추까지 트래킹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와 마추픽추의 연결편은 버스다. 마추픽추행 버스는 오전 5시 30분부터, 아구아스칼리엔테스행은 오후 5시 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부지런히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배낭여행자의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요금. 편도 12달러, 왕복 24달러다. 탑승시간은 15분인데, 페루의 기본 물가와 마추픽추에 출혈한 돈을 고려한다면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때의 대안이 1~2시간 여 트래킹. 가파른 경사를 꼬불꼬불 완만히 우회하는 버스 길에 반해, 보도는 직진이다. 스페인 정복자가 어찌 마추픽추를 점령하지 못했는지, 온몸의 땀이 답한다. 대신 구름과 산등성이가 만든 수채화, 곳곳에 마중 나온 꽃이 은혜로운 선물이다.

다리 건너 운명의 갈림길. 버스는 왼쪽으로, 도보 여행자는 오른쪽으로.
구름 코트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숨을 조이는 계단 뒤로 대략 이런 풍경.

출입국 도장 외 어떤 낙서도 금지된 여권에도 허용되는 유일한 도장. 마추픽추의 위용이다.

강미승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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