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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가 온다] 저출산 원인은 삶의 질… “개인 열망에 초점 둬야 해결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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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가 온다] 저출산 원인은 삶의 질… “개인 열망에 초점 둬야 해결책 보인다

입력
2020.06.11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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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구수축과 삶의 질 

2019년 2월 서울시내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2월 서울시내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년 3월, 대한민국에서 사망한 사람은 태어난 사람보다 1,501명 많았다. 출생아 수는 전년동월대비 10.1%가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3.6% 늘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인구 자연증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인구수축 사회에 진입했다.

‘2020년 합계출산율 1.50명’. 2015년 말 수립된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내세운 목표였다. 3차 계획은 2030년 합계출산율 1.70명을 달성하고 2045년 2.1명에 도달한 후 유지한다는 장밋빛 목표를 내세웠다. 3차 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90명이다.

‘대실패’의 이유는 뭘까.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인구학회지에 게재한 ‘저출산 시대의 인구정책 평가와 향후 방향’에서 “국가의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의 배경에는 과거 출산 억제 정책의 성공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 출산 억제 정책의 성공이 단순히 인구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들의 욕구와도 관련이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현재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우리 국민의 세대 내, 세대 간 사회적 상향 이동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컸기에 출산 감소를 향한 욕구 또한 작지 않았고, 이것이 국가의 인구 억제 정책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합계출산율 및 출생아 수/ 강준구 기자/2020-06-1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합계출산율 및 출생아 수/ 강준구 기자/2020-06-10(한국일보)

‘개인의 열망’을 과소평가한 국가의 정책은 거꾸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정책을 세울 때도 여지없이 사용됐다.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내세우고 모든 계획이 그에 맞춰 세워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오로지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의 기준에 의해서만 정책 대상이 됐다. 2016년 행정안전부가 전국 ‘가임기 지도’를 만들어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최근엔 국토교통부가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신혼부부가구를 ‘혼인한 지 7년 이하이면서 여성배우자의 연령이 만 49세 이하인 가구’로 정의하며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는 국내에서 저출산 계획을 세우기 20년전인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회의에서 인구정책 목표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기조조차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카이로 국제인구회의에서는 가족계획이 출산조절 중심에서 개별 여성과 남성의 욕구, 열망,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고 재생산 권리를 포함해 인권, 성평등, 여성권한 강화, 삶의 질 향상이 정책의 근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연구위원은 “이러한 국제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저출산 정책은 개인의 구체적 삶에 대한 관심보다 인구통제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고 비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제 1~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상 정책목표/ 강준구 기자/2020-06-1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제 1~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상 정책목표/ 강준구 기자/2020-06-10(한국일보)

이러한 비판들 때문에 올해 수립되는 제4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은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위원회 산하 기존 5개 분과에 ‘일 생활균형’, ‘가족다양성’분과도 추가되면서 합계출산율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삶의 질 향상’으로 정책방향을 틀겠다고 밝혔다. 저출산위 위원인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대책은 사회의 많은 문제와 연결돼 있는 만큼 관점에 따라 주안점이 다르다”며 “결국 여성에게만 육아ㆍ가사ㆍ돌봄이 몰린 이중부담 등 우리 사회의 전제를 구성하는 사회규범과 모델이 바뀌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작업의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8년 말 3차 기본계획의 ‘재구조화’ 논의에서 처음으로 ‘성평등’ 개념이 들어갔지만, 그걸 어떻게 정책목표와 과제로 삼고 수행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며 “올해 그 논의를 해야 하는데, 성평등 관점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갈수록 ‘저출산은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정부가 ‘적응하자’는 기조를 보이는 것도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 연구위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조치를 보면 더 이상 출산율을 끌어올리자는 이야기는 없이 이 상황에 적응하자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내버려두고 사회가 정말 순탄한 적응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는 아직 우리 사회가 인구감소 국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 연구위원은 “저출산은 부정적인 함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인 5년에 맞춰 성과가 나올 정책만 찾다 보니 제대로 된 인구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인구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던 반의 반 만큼 절박함이라도 있었다면 많은 게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연구위원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한정된 재정 안에서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데에 효과적인 패키지를 찾아내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만큼은 진보ㆍ보수 이념을 넘어선 사회적인 타협이 나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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