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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끝나도 서로 누군지 몰라요”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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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끝나도 서로 누군지 몰라요”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현장

입력
2020.05.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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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의 출연자들이 최근 무사 촬영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 후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사도 단촐하게 치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드림'의 출연자들이 최근 무사 촬영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 후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사도 단촐하게 치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곽경택 감독의 신작 ‘소방관’은 원래 지난 3월말 촬영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제목 그대로 소방관의 활약을 그려야 하는데, 소방서를 비롯해 방역에 민감한 공공기관들이 장소 제공에 난색을 드러내면서 촬영이 한정 없이 미뤄졌고, 배우 유승호는 출연을 포기했다. 그러던 ‘소방관’이 곧 촬영에 들어간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현저히 줄어든 덕분이다.

12일 영화계에 따르면 ‘K방역’ 덕에 영화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후폭풍은 여전하다. 방역에 충실하느라 마스크를 쓰고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촬영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고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 '비상선언'에 캐스팅된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박해준 김소진 임시완 김남길. '비상선언'은 코로나19 여파로 비행기 세트 관련 해외 장비를 배송 받지 못해 촬영이 연기됐었다. 각 소속사 제공
영화 '비상선언'에 캐스팅된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박해준 김소진 임시완 김남길. '비상선언'은 코로나19 여파로 비행기 세트 관련 해외 장비를 배송 받지 못해 촬영이 연기됐었다. 각 소속사 제공

 ◇K방역 덕에 밀린 촬영 돌입 

코로나19 확산 조기 영화계 분위기도 엄혹했다. 촬영 등 주요 일정은 다 미뤄졌다. 촬영장 섭외, 장비대여 등 이미 돈을 다 들여놓은 현장 정도만 계약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촬영을 강행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82편 중 42편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소방관’을 비롯, 영화 촬영작업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어지고 있다. 3월말 크랭크인 예정이었던 ‘비상선언’(감독 한재림)도 이달 촬영을 시작한다. 송강호에다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까지, 캐스팅 면면이 화려해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세트 구축에 필요한 해외 장비들 배송이 늦어졌다. 항공재난영화인데, 실제 항공재난을 겪은 셈이다.

 김태용과 탕웨이 부부가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추기로 해 화제를 모은 ‘원더랜드’, 황정민 현빈이 주연한 임순례 감독의 신작 ‘교섭’은 이미 지난달 촬영에 들어갔다.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주연의 ‘대외비: 권력의 탄생’, 박서준 이지은(아이유)의 ‘드림’도 촬영에 돌입했다. 

넷플릭스도 한국 촬영을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촬영을 재개한 곳은 한국 일본 아이슬란드 세 곳뿐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촬영장에서 익힌 방역 노하우를 할리우드 등에다 적용할 방침이다.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최근 열린 '드림' 대본 읽기 모임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대사를 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최근 열린 '드림' 대본 읽기 모임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대사를 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안면 익히지 못하고 촬영 끝내기도 

촬영은 재개됐으나, 촬영 현장은 옛날과 같을 수 없다. 일단 제작진, 배우 등 100여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떠들썩하니 영화 흥행을 기원하던 고사가 축소됐다. 소수 스태프와 배우만 모여 간략하게 치른다. 고사 뒤 술자리는 없어졌다.

더 이상 제작 차질을 빚을 수 없으니 촬영을 위해 빌린 공간은 촬영 전후 방역을 엄격하게 실시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 촬영장에선 휴식을 취할 때도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멀리 떨어져 있다. 식사는 개별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카메라 앞에 모인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정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본부장은 “흥행을 위해 으쌰으쌰 하는 회식 문화는 아예 사라졌고, 현장에선 필요한 말 이외엔 말수 자체가 아예 줄었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 서로 안면을 익히지도 못 한 채 촬영이 끝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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