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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베릴 스웨인의 ‘맨섬T.T’ 반란(5.15)

입력
2020.05.15 04:5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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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영국 맨섬T.T 국제모터사이클 대회에 1962년 26세 여성 베릴 스웨인이 출전했다. 위키피디아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영국 맨섬T.T 국제모터사이클 대회에 1962년 26세 여성 베릴 스웨인이 출전했다. 위키피디아

영국 브리튼 제도의 왕실령 맨섬에서 매년 5, 6월 열리는 ‘맨섬T.T(Isle of Man Tourist Trophy)’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거친 오픈로드 모터사이클 경주대회로 꼽힌다. 38마일(약 61km)의 오르막 도로를 따라 90도로 꺾어지는 커브를 비롯, 200곳이 넘는 굽이를 돌며 승부를 다투는 이 대회는 1907년 첫 대회가 시작된 이래 약 250명의 선수 및 관객의 목숨을 앗아갔다.

덩치 큰 슈퍼 바이크들의 향연이던 이 대회에 1962년 50cc급 울트라라이트 라운드가 신설됐다. 속도를 다투는 레이스 상황과는 다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모터사이클은 차체가 무거울수록 대체로 더 안전하다.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어 가속과 흔들림에도 상대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복원력도 크기 때문이다.

이 첫 대회에 26세 여성 베릴 스웨인(Beryl Swain, 1936.1.22~2007.5.15)이 출전했다. 대회 규정상 성별 제한은 없었지만, 국제모터사이클연맹(IFM)이나 라이더들은 그런 규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친 스포츠인 만큼 언제나 ‘터프 가이(tough guy)’들의 독무대였고, 게다가 악명 높은 국제대회였다. 사상 최초 여성 솔로 선수의 출전에 IFM과 대회 주최 측은 경악했다.

잉글랜드 에식스주 월섬스토(Waltthamstow) 출신인 스웨인은 1959년 모터바이크 수리점을 운영하던 남자(Eddie Swain)와 결혼한 뒤 바이크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남편에게 바이크를 배워 여러 클럽에 가입해 활동했고, 자잘한 대회 출전 경력도 쌓았다. 하지만 ‘맨섬T.T’에 출전하던 무렵 그의 바이크 경력은 고작 3년에 불과했다. 그는 25명 중 2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경력을 감안하면 썩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는 이듬해 대회에 대비해 맹훈련에 돌입했다.

얼마 뒤 IFM은 스웨인의 바이크 국제면허를 박탈하고, 대회 참가자 최소 몸무게 기준을 신설했다. 여성이 넘보기엔 너무 위험한 대회라는 게 이유였다. 스웨인과 그의 팬들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IFM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못하게 된 스웨인은 백화점 점원으로, 매니저로 일했다. ‘맨섬T.T’에 두 번째 여성이 출전한 것은 16년 뒤인 1978년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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