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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디즈니의 과거 지우기

입력
2020.05.04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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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플래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스플래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지난달 29일 한국 드라마 ‘인간수업’을 선보였다. 고교생이 중심 인물이지만, 고교생이 볼 내용은 아니다. 겉으로는 비정상이다 싶을 정도로 모범생인 고교생 오지수가 성매매 알선 등 불법을 일삼다 곤경에 처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수업’뿐만 아니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대체로 표현 수위가 높다. 국내 한 유명 감독은 “동영상 분야 후발주자로서 폭력과 성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는 전략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1억8,286만명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호황으로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1,587만명이 늘었다. 넷플릭스의 급성장에 가장 적극 대응하는 곳이 월트 디즈니다. 지난해 11월 OTT 디즈니 플러스를 출범시켜 맹추격 중이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콘텐츠에 쓴 돈은 150억달러(약 18조4,000억원)다. 디즈니 전체 콘텐츠 투자(278억달러ㆍ약 34조1,600억원)에 비하면 약과다.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달리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만 취급한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강한 ‘19금’ 콘텐츠 금지는 디즈니의 오랜 전통이다.

□ 디즈니 플러스가 가족 이용자들을 우선하다 보니 엉뚱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톰 행크스, 대릴 해나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스플래쉬’(1984)를 최근 새롭게 선보였는데, 인어의 엉덩이가 원본과 달리 긴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다.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비치는 해나의 유두가 지워지기도 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손질한 것이다. ‘토이스토리2’(1999)에선 한 남성 인형이 바비 인형 둘에게 “내가 너희를 ‘토이스토리3’에 출연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삭제됐다. ‘미투’시대를 감안한 조치다.

□디즈니의 과거 지우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자 카툰 속 담배들을 제거했다. 심지어 애연가였던 월트 디즈니(1901~1966) 사진에서도 담배를 지웠다. 애니메이션 ‘알라딘’(1992)에 나오는 인종차별적 노래가 삭제되기도 했는데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과거 지우기에 해당한다. 영리적 목적이나 시대적 요구에 맞춰 옛 원본을 훼손하는 게 과연 옳을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27일 이렇게 일갈했다. “다음 번엔 심바(‘라이온킹’ 주인공)가 기저귀를 찰 수 있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 놔두어라. 엉덩이랑 그 무엇이든.”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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