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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되풀이 막으려면 사업주, 공무원까지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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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되풀이 막으려면 사업주, 공무원까지 엄벌해야”

입력
2020.05.01 2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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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다시 부각

경영자 관리 책임자 형사 처벌 골자… 노동계 “산재사망 기업 책임 물어야”

1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위해 화재로 38명 숨진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로 이동하고 있다. 이천=배우한 기자
1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위해 화재로 38명 숨진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로 이동하고 있다. 이천=배우한 기자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가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관련자 처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대형 화재참사 사례를 볼 때 안전수칙 위반 및 관리감독 부실 등의 과실이 밝혀지면 공사 책임자들은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책임자에게 엄한 처벌을 했어도 화재참사는 잊을만하면 반복됐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개인이 아닌 기업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엄벌 못지않게 제도 및 인식개선으로 참사를 사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참사 책임자에게 중형 내려도

이번 참사와 가장 유사한 사건은 2008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참사다. 총 57명(40명 사망ㆍ17명 부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냉동창고 방화관리자를 비롯해 건축공사 현장총괄 소장과 건축설계 팀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엄격해졌다. 근래 발생한 사건들에서는 책임자들에게 주로 중형이 선고되는 추세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가 대표적이다. 화재 원인이 건물의 소방시설 관리 소홀 및 무단증축 등으로 밝혀지면서 건물주는 업무상 과실치사, 화재예방ㆍ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2018년 1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참사 때도 병원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8년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건물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부분의 환자가 치매 등으로 거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시설과 인력을 적절하게 갖추지 못한 혐의 등을 받았다.

◇사업주와 정부까지 처벌해야

이처럼 엄벌의 대상은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로 한정돼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법인이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해당 법인에 벌금 부과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감독 의무가 있는 공무원의 직무 유기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중대재해 발생시 중간관리자에 가벼운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에 그치고 정작 사업주나 정부의 형사책임을 묻는 경우가 드물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종료 한 달을 앞둔 터라 이대로라면 법안은 자동 폐기수순을 밟게 된다. 법 제정을 위해선 다음 국회에서 새로 발의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다음 국회에서라도 하루 빨리 이 법을 제정하고 참사의 책임을 폭넓게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동절 기념대회를 연 민주노총은 “사망사고가 반복되지 않는 가장 빠른 길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천 물류센터 참사에서 보듯이 산재사망사고에 대해서는 기업에 철저히 그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이천=배우한 기자
경기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이천=배우한 기자

◇사전에 참사 예방이 중요

전문가들은 책임자 엄벌 못지않게 공사관리 제도 및 인식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은 항상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기에 국민 안전의식을 계속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공사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수칙을 지켜야 모두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비용도 절감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불시점검을 해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은 시공을 중단하게 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사 발생 뒤 사법으로 처리하기 전 평상시 행정조치로 예방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가령 ‘삼진아웃’ 제도를 도입해 시공과정에서 세 번 이상 지적을 받으면 사업주의 건설면허를 취소시키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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