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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힘든데… 유통업계 ‘자릿세 갈등’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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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힘든데… 유통업계 ‘자릿세 갈등’ 시름

입력
2020.03.17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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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잇단 유찰… 1년차 임대료 1161억 발목 

 홈쇼핑-IPTV 송출료 협상 난항, 백화점-패션업체 수수료 줄다리기 

[저작권 한국일보] 16일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특별입국절차 적용 대상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한 가운데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면세점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6일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특별입국절차 적용 대상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한 가운데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면세점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유통업계가 자릿세 전쟁으로 시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반토막 난 면세점업계는 높은 임대료의 인천국제공항 입점을 꺼리고, TV홈쇼핑사들은 채널 주인인 유료방송사업자들과 대치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무리됐어야 할 인천공항 제1터미널(T1) 면세점 입찰 결과가 지금껏 오리무중이다. 대기업에 할당된 면세구역 5곳 중 2곳이 유찰돼 주인을 찾지 못해서다. 연매출이 3,500억원에 달하는 ‘노다지’ 구역으로 꼽히는 DF2(화장품·향수)에는 입찰한 업체가 없었고, DF6(패션·기타)도 유찰됐다. 이르면 이번 주로 예정됐던 재입찰 공모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

당초 DF2 구역은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면세점 ‘빅4’의 치열한 쟁탈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DF2의 1년차 자릿세(임대료)인 최저보장금액으로 제시한 1,161억원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 면세점의 올 2월 매출액은 1,000억원대로, 전월에 비해 절반이 깎였다. 인천공항 하루 여행객이 보통 18만~22만명이지만, 이달 중순 들어 1만~2만명에 그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 감소와 매출 급감에 따라 과도해진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면세업체들은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인천공항공사가 중소기업 면세점에게만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인천공항공사도 점점 노심초사하고 있다. 오는 8월이면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 그 전에 면세점 입찰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높은 임대료 때문에 연이어 유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권을 반납하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우려된다. 인천공항공사는 결국 “면세점 임대료를 대기업을 포함해 감면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TV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 및 영업이익. 출처-방송통신위원회, 각 사 공시자료
TV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 및 영업이익. 출처-방송통신위원회, 각 사 공시자료

‘자릿세 전쟁’은 TV홈쇼핑사들과 인터넷방송(IPTV)업체 간에도 진행 중이다. GS와 CJ, 롯데, 현대 등 홈쇼핑업체들은 채널 주인인 유료방송사(IPTV, 위성, 케이블)들에게 ‘채널 자릿세’, 즉 송출수수료를 낸다. 지난해 끝났어야 할 TV홈쇼핑 업체와 IPTV간 송출수수료 협상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홈쇼핑업체들은 “매년 송출수수료가 급증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실제 2018년 홈쇼핑 7개사가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4,000억원이 넘는다. GS홈쇼핑은 영업이익이 1,373억원이었지만 송출수수료로 2,828억원을 지불했고, 같은 기간 CJ오쇼핑은 1,24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그보다 많은 2,862억원의 송출수수료를 냈다. 현대홈쇼핑도 영업이익 1,354억원을 냈는데 송출수수료로 2,938억원을 지출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홈쇼핑업체에 중소업체들에게 받는 판매수수료율을 내리라 하는데, IPTV업체들은 송출수수료를 더 올리려고 하니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이들은 송출수수료가 급증하면, 판매수수료를 내리기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매년 송출수수료 문제가 거듭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분쟁을 예방하겠다며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검증 협의체’를 최대 90일 동안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1분기가 지나가고 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백화점들은 올 초 대형 패션업체들에 자릿세(입점수수료)를 인상하려다 꼬리를 내렸다. 백화점업계가 수년째 매출이 정체됐다는 이유로 고가 패션 브랜드에 입점수수료율을 2~4%가량 인상하겠다고 고지했다가,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어려워지자 일단 연기한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대개 28~35%의 입점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백화점 자릿세 인상이 잠시 미뤄졌지만, 입점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업체도 있다”며 “자릿세가 올라가면 수수료 부담이 적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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