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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법원도… 코로나에 대한민국이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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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법원도… 코로나에 대한민국이 멈춰섰다

입력
2020.02.24 19:06
수정
2020.02.25 07: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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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확진자 접촉 국회 첫 폐쇄… 법원 휴정 권고, 軍 야외훈련 통제

코스피 3.8%↓16개월 만에 최대폭… 호흡기 환자 분리 ‘안심병원’ 운영

의원회관에 개최된 행사의 한 참석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됨에 따라 24일 국회 직원들이 의원회관 안내실 폐문을 알리는 문구를 붙이고있다. 이한호 기자
의원회관에 개최된 행사의 한 참석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됨에 따라 24일 국회 직원들이 의원회관 안내실 폐문을 알리는 문구를 붙이고있다. 이한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24일에도 230명 넘게 늘어나는 확산세가 이어지며 입법과 사법을 비롯한 국가 기능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가 무기한 연기되고, 전국의 법정이 문을 닫았다. 경제와 스포츠 등 민간 분야 역시 역병의 짙은 그림자에 짓눌려 질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의 전국 확산이 매우 우려된다”라며 절박한 인식을 드러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수는 총 833명으로 전날(602명ㆍ오후 4시 기준)보다 231명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8명으로 2명 더 늘었으며, 이 2명(62세ㆍ66세 남성) 모두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사망자 8명 중 6명이 대남병원 환자다.

새 확진자 중 대구ㆍ경북 지역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전체 누적 확진자 중 대구ㆍ경북 확진자(682명)의 비율은 82%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 대다수는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로 신천지 집단 감염의 여파가 7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에 참여한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 39명 중 확진자가 28명으로 늘어나 대구ㆍ경북 확진자 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구에서 확진 환자의 발생 규모가 커서 이 지역의 지역사회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면 향후 전국적인 확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전국확산이 매우 염려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날 완치돼 퇴원한 환자 수가 4명 늘어 지금까지 22명이 격리 해제됐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16개월 유아와 4세 어린이 모두 상태가 양호하다고 보건당국은 전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가 기능에 속속 마비가 오고 있다. 국회는 예정된 본회의가 갑자기 취소되고, 본관과 의원회관 건물이 39시간 폐쇄되는 등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날 오전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인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예정된 본회의를 무기한 연기했고,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예정했던 의원총회를 취소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의 법안심사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통합당에서는 심 원내대표와 함께 토론회에 있던 곽상도, 전희경 의원이 이날 여의도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검진을 받고 자가관리에 들어갔다. 심 원내대표와 접촉한 황교안 대표도 서울 종로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문 의장은 국회 건물 전체에 대한 방역을 위해 본청과 의원회관에 대한 출입을 이날 오후 6시부터 26일 오전 9시까지 금지시켰다. 감염병 때문에 국회가 폐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법부도 멈춰 섰다. 법원행정처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하면서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법원 내부망에 올린 공지를 통해 구속ㆍ가처분ㆍ집행정지 등 긴급한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 기일을 연기ㆍ변경하는 등 휴정기에 준하는 재판기일의 운용을 일선 법관들에게 요청했다. 법원이 겨울과 여름 한해 2차례 정기 휴정기를 제외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일괄적으로 재판을 중지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조 처장은 또 “불가피하게 재판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는 방청객은 물론 재판 당사자와 참여관 등까지 법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래 법정에서는 신원 확인 등을 위해 재판당사자의 마스크 착용은 금지돼 있다. 법원행정처는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전국법원장 회의를 취소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축소 또는 연기키로 했다.

군도 예외가 아니었다. 군내 확진환자가 이날 13명으로 늘어나자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부대활동을 과감하게 조정하고 탄력적으로 부대를 운영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이날 오전 전국의 야외훈련을 전면 통제하고 주둔지 훈련으로 대체했다. 또, 현재 야외 훈련 중인 부대는 최단 시간 내 주둔지로 복귀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군사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동시에 핵심 요원이 근무하지 않도록 근무조를 편성하고, 지휘통제실 근무자 및 전투기ㆍ정찰기ㆍ해상초계기 등 핵심전력 조종 및 정비사 등이 감염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맞벌이 부모가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 보육 기능도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날 어린이집 5,705곳이 25일부터 내달 9일까지 2주간 휴원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산하 초등돌봄 시설도 같은 기간 휴원한다.

잇단 어두운 소식에 금융 분야는 빠르게 반응했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7%(83.80포인트) 떨어진 2,079.04로 마감했는데, 이는 2018년 10월11일 이후 1년 4개월여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4.30% 떨어진 639.29로 종료했다. 원화 약세로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0원이나 오른 1,220.2원에 거래를 마치며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이달 말로 예정됐던 프로축구 K리그의 2020시즌 개막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

한편 보건당국은 이날 강화된 대국민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등교와 출근을 자제하고, 기침이나 목 아픔 등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3, 4일간 경과를 관찰하라는 지침 등이 담겼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호흡기 환자가 나머지 일반 환자와 마주칠 일이 없도록 호흡기 환자의 진료 과정을 분리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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