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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유머로 비벼낸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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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유머로 비벼낸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

입력
2020.02.21 04:30
수정
2020.02.21 07: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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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영화 ‘기생충’ 팀 초청… 봉 감독 “길게 말씀하셔서 충격의 도가니” 능청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영화 기생충 관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크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영화 기생충 관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크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 팀을 청와대로 초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을 크게 축하했다. “자랑스럽다”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하며 ‘짜파구리’도 대접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자리를 예정대로 진행했어야 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기생충 제작진ㆍ출연진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대접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룬 쾌거를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꿈 같은 일”이라며 “모두의 성취에 진심으로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는 것, 오스카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큰 자부심”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생충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화ㆍ예술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려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기생충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사회적 불평등’을 언급하면서는 안타까움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우리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반대(경우)도 많이 있고 속시원하게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오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봉준호 감독”을 네 번 말했다. 봉 감독 특유의 유머는 이날도 빛났다. 영화를 두 번 봤다는 김 여사에게 봉 감독이 배우의 극중 이름을 묻는 ‘깜짝 퀴즈’를 내자 현장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봉 감독은 7분 넘게 이어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선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라는 봉 감독의 발언을 소환하고 “영화 산업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뼈있는 농담을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오찬엔 김 여사가 만든 대파 짜파구리도 올랐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라면을 섞어 만든 것으로,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오찬 후 기생충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과 함께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 및 접견실도 둘러봤다.

기생충이 이룬 성취는 축하 받아 마땅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국정에 비상이 걸린 날 행사가 진행된 바람에 뒷말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 시작 단계’라고 인정한 날이기도 했다. ‘오찬 연기와 관련한 내부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런 논의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기생충 팀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살까 상당히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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