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정신병동에 입원환자 101명… 통로로 연결된 병원 등 600여명 ‘초긴장’
인구 4만명 농촌도시 공포 확산“지역주민 전체가 자가격리할 판”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망자가 나오자 대구권은 물론 인근 시·군 주민들까지 공포에 휩싸였다. 이 병원은 농촌 지역 고령화에 대비한 노인전문병원인데다, 별도의 시설들이 한곳에 밀집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첫 사망자 외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으로, 추가 확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대남병원은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에 있으며, 정신과 등 7개 진료과목의 본 병원 외에 청도군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원도 운영하고 있다. 세 건물은 길게 서로 연결된 구조다. 여기다 중증장애인을 낮 시간 보살펴주는 청도군주간보호센터와 청도군보건소, 청도군민건강관리센터가 대남병원 본 건물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붙어 있다.
사망자는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환자다. 또 이 병원에서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2명의 환자도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정신병동에는 사망한 확진자를 포함해 101명이 입원해 있었다.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대처 시점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대남병원의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병원 자체가 폐쇄병동이기도 하고 1인실도 없다. 격리병동이 있지만 내부에선 계속 의심증상 환자들이 계속 마주치고 있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일반병동과 정신병동이 분리돼 있지만 청도군보건소, 요양병원, 요양원이 통로까지 서로 연결돼 있다. 4개 시설은 직원이 298명, 입원환자가 302명이나 돼 초긴장 상태다. 보건당국은 정신병동 감염 상태를 평가한 뒤 요양병원과 요양원까지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4만2,000여명의 청도 지역은 이날 오전 확진자 이송과 방역으로 분주했지만 오후 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충격이 극대화됐다. 대남병원이 청도지역 한 가운데 위치한데다 불과 100m 거리에 청도군청이 위치해, 지역 전체가 영향받는 구조다.
대남병원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사망자가 나왔다는데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나오질 않는다”며 “지역 주민 전체가 자가 격리에 들어갈 판이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가 청도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청도와 대구는 물론 인근 시ㆍ군 주민들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포항에서는 70번 확진자가 지역에서 과외교사로 일했다는 소식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설학원까지 문을 닫았다.
포항 남구의 한 피아노학원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포항에서도 발생해 이틀간 휴원하기로 했다”며 “쉬는 기간 방역을 하고 정상수업을 할 계획이지만 휴원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자치단체는 음압병실이 없어 확진자를 자동차로 1, 2시간 넘게 걸리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 음압병실은 32곳, 병상 수는 34개로 대구 54곳보다 크게 부족하다. 이마저도 포항과 경주, 안동, 김천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19일 오후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 2명은 자동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포항의료원으로 왔다가 다시 경주 동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들이 의료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방역만 해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신고 전화가 빗발친다”며 “방역 횟수를 늘리고 예방활동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청도=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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