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서 320km 거리에 사는 김은주씨 “공항까지 길 곳곳 끊겨”
임시통행증도 못 받아 “차가 있어도 못 가는 상황” 마음 졸여
“검역소를 통과할 통행증도 없는 데다 300㎞가 넘는 길 중간중간이 끊겼다는데 어떻게 가겠습니까.”
중국 후베이(湖北)성 상양(襄阳)시 곡성현 일대 농촌 마을의 유일한 한국인인 김은주(39)씨는 결국 정부 전세기를 타지 못하고 곡성현에 그대로 남게 됐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확산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후베이성 교민을 후송하기 위한 전세기를 우한 텐허(天下)국제공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공항까지 제 시간에 안전하게 도착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상양시부터 텐허국제공항까지는 약 320㎞ 거리다. 자가용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길목마다 중국 주민들이 외부인을 차단하려 쌓아 올린 돌탑 등 위험 요소가 많다. 김씨는 2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모두 중국 주민들이 자동차나 공사 자재, 돌 등으로 담을 쌓아놨다”며 “차가 있어도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후베이성은 중국의 31개 성 중 신종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크다. 이날까지 후베이성 내 사망자만 125명, 확진 환자는 3,55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6일 후베이성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한 외교부는 전세기 탑승 대상을 후베이성 전체 교민으로 결정했다. 현재 우한 외 후베이성 지역에 있는 교민은 최소 60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김씨처럼 ‘나홀로 한국인’인 경우다. 정부가 30~31일 우한에 전세기 4대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우한시로부터 수백㎞ 거리에 있는 일부 교민은 전세기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가는 길이 험한데다 후베이성 정부로부터 임시 통행증을 받지 못해 공항 접근이 아예 차단됐기 때문이다.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통행 허가 요청 공문을 후베이성 외사판공실 등에 보내 통행증 발급을 요청했으나 일부 중국 지역 당국에선 전세기 이륙 시작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답변이 없다. 이에 따라 총영사관은 김씨에게 통행권을 발급해줄 수 없다고 최종 통보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후베이성 현지 공관이 적은 수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등 무작정 차편을 늘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텐허국제공항이 우한 및 우한 인근 시 외에 후베이성 외곽 교민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인 건 맞다”며 “우한 외 지역 교민들이 자가 수단을 활용해 공항으로 오는 경우를 대비해 마지막 비행편의 이륙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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