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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독재자의 딸, 국민 혈세로 아프리카 최고 여성 부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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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독재자의 딸, 국민 혈세로 아프리카 최고 여성 부자에

입력
2020.01.20 18:47
수정
2020.01.20 19:4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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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38년 통치한 전 대통령 딸

‘22억달러 부정부패’ 문건 폭로

2018년 2월,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전직 앙골라 대통령의 딸인 이자벨 두스 산투스가 포르투갈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EFACEC를 방문한 당시의 모습. 마이아=AFP 연합뉴스
2018년 2월,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전직 앙골라 대통령의 딸인 이자벨 두스 산투스가 포르투갈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EFACEC를 방문한 당시의 모습. 마이아=AFP 연합뉴스

2017년 5월 영화제가 한창이던 프랑스 칸 인근의 한 호텔에 유명 인사들이 모여 들었다. 스위스 보석회사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톱모델 나오미 캠벨 등을 불러 사치스러운 파티를 연 것. 파티 주최자는 업체에 1억2,000만달러(1,391억원)나 투자한 아프리카 여성 부호였다. 반면 여성의 조국은 지금 극심한 가난에 신음하는 중이다. 백성 구제할 예산도 없는 이 국가는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보석회사에 투자할 수 있었을까.

이자벨 두스 산투스(46)는 2018년까지 38년 간 앙골라를 철권 통치한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전 대통령의 딸이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프리카 최고 부자 여성이기도 하다. 자산만 22억달러(2조5,500억원)에 달하는데, 이자벨과 남편은 홍콩, 미국 등 세계 곳곳에 400개 이상의 업체를 거느린 ‘비즈니스 제국’을 일궜다. 모나코 몬테카를로에 5,500만달러짜리 호화 저택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자벨의 재산은 국민의 고혈을 빤 대가였다. 영국 BBC방송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이자벨이 지위를 남용해 석유, 토지, 다이아몬드 채굴 등 각종 사업에서 막대한 이권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입수한 70여만건의 관련 문서에는 이자벨이 불법 거래로 부를 쌓은 정황이 고스란히 나와 있다.

이자벨은 1997년부터 아버지의 정치적 힘을 등에 업고 앙골라의 나랏돈과 땅을 마구 끌어다 썼다. 그의 남편은 2012년 앙골라 국영 다이아몬드 소디암과 계약을 맺고 스위스 보석브랜드 드 그리소고노를 인수했다. 겉으론 이랬지만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은 소디암의 뒷돈에서 나왔다. 통신 분야도 이자벨의 놀이터가 됐다. 그는 아버지가 공짜로 준 앙골라 최대 휴대폰 업체 유니텔의 사업권으로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3억5,000만달러를 대출해 줬다. 대여 당사자가 모두 한 사람인 ‘이해 충돌’ 거래가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물론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자벨은 2017년 국유지를 9,600만달러에 매입하고 이 곳에 살던 500가구를 거리로 내쫓았다. 부부가 야금야금 국부를 빼먹는 사이 앙골라 국민의 30%는 하루 1.9달러로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수수료에 눈이 먼 다국적 컨설팅 기업들도 부정부패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매켄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은 이자벨의 재산 축적 과정에서 회계, 컨설팅, 세금 상담 등 ‘원스톱’ 서비스를 해줬다.

지난달에야 앙골라 사법당국은 이자벨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지 검찰은 이자벨이 빼돌린 국고만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자벨은 여전히 당당하다. 그는 “수사는 정치적 박해이며 회사 자산은 개인 자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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