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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중문화 결산] 스카이캐슬, 동백이 웃고 VS 100억 쓰고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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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중문화 결산] 스카이캐슬, 동백이 웃고 VS 100억 쓰고도 울고

입력
2019.12.3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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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SKY 캐슬’. JTBC 제공
JTBC ‘SKY 캐슬’. JTBC 제공
촌므파탈 황용식을 연기한 강하늘의 구수한 웃음을 어찌 잊으랴. KBS 제공
촌므파탈 황용식을 연기한 강하늘의 구수한 웃음을 어찌 잊으랴. KBS 제공

◇올해의 명작…SKY 캐슬ㆍ동백꽃 필 무렵

“어머님,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강남 대치동 입시 코디네이터 ‘쓰앵님’의 칼날 같은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2019년 최고의 히트작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JTBC 드라마 ‘SKY 캐슬’이다. 상류층, 명문대를 키워드로 한 이 드라마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며 비지상파(종합편성채널ㆍ케이블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 23.8%로 막을 내렸다.

학벌을 통해 계급을 세습하려는 상류층의 욕망에 시청자들은 분노하면서 공감했다.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중적 태도가 현실과 조응했다. 마치 세워둔 관 같은 ‘1인용 독서실’이 드라마에 등장하자마자 ‘예서 책상’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구매 대란이 벌어진 일이 대표적이다. ‘SKY 캐슬’은 이제 학벌 카르텔을 상징하는 관용어로 쓰인다. 구글이 뽑은 올해의 검색어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반기에 ‘SKY 캐슬’이 있었다면 하반기엔 ‘동백꽃 필 무렵’이 안방을 강타했다. “동백씨 저랑 제대로 연애하면은요, 진짜로 죽어유. 매일 사는 게 좋아가지고 죽게 할 수 있다고요.” 구수한 ‘촌므파탈’ 용식이의 맹렬한 사랑 고백은 동백이를 넘어 시청자의 고단한 삶까지 위로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아주 사소한 선의와 응원이 모여 이뤄낸 놀라운 기적을 그려내며 ‘그렇다’고 응답했다.

편견을 뛰어넘는 이해와 교감, ‘옹벤져스’가 보여준 뜨거운 여성연대도 시청자를 울렸다. 연쇄살인마 까불이를 꽁꽁 감춰둔 채로 로맨스와 스릴러를 매끄럽게 버무린 임상춘 작가의 놀라운 화술은 ‘닥본사’의 마법을 부렸다.

망작의 상징이 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망작의 상징이 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사자’는 톱스타 박서준을 내세우고도 흥행에 실패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사자’는 톱스타 박서준을 내세우고도 흥행에 실패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의 망작…자전차왕 엄복동ㆍ사자

명작도 아닌데 이토록 뜨겁게 언급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제작비 100억원을 대체 어디에 쓴 건지 알 수 없는 저렴한 완성도로 ‘희대의 망작’ 반열에 올랐다. 개연성이 뚝뚝 끊어지는 시나리오는 차라리 나았다. 개봉이 코앞인데 컴퓨터그래픽(CG)은 마치 작업 초기인 듯 엉성했다. 음향마저 엉터리라 외화 더빙인 양 배우의 입 모양과 목소리가 따로 놀았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1등을 한 스포츠 영웅 엄복동이 말년에 자전거 절도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는 사실을 감춘 것도 문제였다.

고작 17만명을 동원하고 극장에서 강퇴당한 이 영화는 그럼에도 한국 박스오피스에 업적(!) 하나를 남겼다. 엄복동의 이니셜을 딴 ‘UBD 지수’다. UBD는 관객수 지표로, 17만명을 1UBD로 정의한다. 1,700만명을 불러모은 ‘명량’은 100UBD가 되는 셈이다. ‘풍자와 해학의 달인’ 네티즌에게 경배를. 훈련과 촬영을 합쳐 지구 반 바퀴 거리를 달렸다는 정지훈의 구슬땀에는 심심한 위로를.

엄복동에 이어 영화 ‘사자’가 등장했다. 퇴마 능력을 타고난 격투기 선수가 악마의 대리자와 맞서 싸우는 오컬트 액션물. 그럴싸한 줄거리와 달리 만화보다 못한 유치한 전개는 헛웃음만 자아냈다. 신을 증오할 때마다 주인공의 손바닥엔 피가 흐르는데, 악령과 대면하자 그 손에서 화르륵 불길이 솟구친다.

‘불주먹’을 장착한 이후 영화는 초능력 슈퍼히어로물로 변모한다. 장르 혼종이든 색다른 도전이든, 불주먹은 마블 영화가 아닌 이상 상상에만 머물렀어야 했다. 영화는 에필로그를 통해 속편 제작 의지까지 드러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00억원대 제작비를 함부로 쓰지 말라는 교훈을 남겼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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