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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교수의 비뇨의학교실] AI와 로봇, 미래의 수술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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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교수의 비뇨의학교실] AI와 로봇, 미래의 수술 동반자?

입력
2019.12.30 2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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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공지능과 로봇이 의사와 함께 수술할 날도 머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과 로봇이 의사와 함께 수술할 날도 머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바둑 대결로 떠들썩했다. AI는 일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더 없이 편하고 쓸모 있는 도구임에 틀림없다. 의학분야에서 AI는 어떨까. ‘왓슨’이라는 치료용 AI는 아직 실제 진료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로봇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마취를 하고 수술 부위를 소독한다. 그런 다음 수술포를 넓게 덮고 수술 부위만 노출한 뒤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메스!” 그러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피부를 절개하고 내부 장기를 파헤치면서 흐르는 피를 닦고 수술 부위를 조심스럽게 찾아낸다.

이때 조수들은 집도의가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흐르는 피를 거즈로 닦고 흡입기로 빨아낸다. 수술에는 집도의뿐만 아니라 수술이 잘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보조의사나 간호사 등 최소한 1~2명은 달라붙는다. 큰 수술이라면 조수만 2~3명이 참여해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만 4명이 되기도 한다.

그뿐이랴. 수술할 동안 환자가 안전하게 숨쉬고 고통스럽지 않도록 마취를 유지해주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조수, 복잡한 수술 기구를 관리하고 수술 단계마다 필요한 도구를 넘겨주거나 받는 스크럽 간호사, 필요한 도구나 다양한 장치를 외부에서 전달해주는 서큘레이팅 간호사 등 최소한 6~7명이 필요하다. 때로 수술 견학생이나 방문연수의사까지 수술실에 들어오기에 수술실은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사람 몸통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 많은 사람이 수술 진행을 다 지켜볼 수는 없다. 게다가 비뇨의학과 수술 가운데 좁은 골반 안에 있는 방광이나 전립선을 떼거나 재건하는 수술은 좁은 상자 안에 억지로 손을 집어넣고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집도의가 이리 저리 몸을 틀어야 하기에 요상한 자세로 수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사람 팔보다 더 정교하게 움직이는 복강경 장치가 개발돼 복강경 기구를 몸 안에 집어넣어 수술한다. 더구나 의사가 그 장치를 직접 조정하지 않고 조이스틱을 이용해 확대된 화면을 보면서 원격 조종을 한다. 한마디로 로봇 수술을 한다. 이게 요즘 수술실 풍경이다.

게다가 수술 보조 인력도 필요한 장치를 바꿔주는 간호사와 로봇 팔 옆에서 보조적으로 수술을 도와주는 조수만 있으면 된다. 카메라로 뱃속을 보면서 하므로 수술 시야는 집도의뿐만 아니라 모니터로 연결돼 지구 반대편에서도 실시간으로 참관할 수 있다.

비뇨의학과에서 로봇 수술은 매우 광범위하고 흔하다. 전립선적출술, 방광절제술, 장·방광확장술, 인공방광형성술, 콩팥적출술, 요관성형술 등 뱃속의 거의 모든 장기 수술을 로봇으로 시행한다.

로봇 수술은 복강경처럼 카메라를 뱃속에 넣고 보면서 수술하므로 작은 혈관도 크게 보이고 좁은 공간에서도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 비뇨의학과 의사에겐 아주 매력적이다. 더구나 개복 수술은 회복되는 동안 상당히 아프지만 로봇 수술은 배꼽 밑이나 주변으로 1~2㎝ 정도의 작은 구멍만 3~4개 만들면 된다. 요즘 필자가 주로 하는 단일공 로봇 수술은 배꼽 밑에 2.5㎝ 정도의 구멍 하나에 로봇 팔이 들어가 수술하므로 흉터도 잘 보이지 않는다.

로봇 수술이라면 보통 사람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기계가 알아서 다할 것 같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아주 작은 혈관이나 신경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로봇 수술을 해도 긴장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다.

엄밀히 말해 지금 수술실에서 쓰이는 로봇은 AI와 다른 수준이다. 의사의 숙련된 기술이 없으면 로봇도 쓸모가 없다. 로봇 사용에 숙달된 의사만이 수술을 잘할 수 있기에 로봇 수술의 성적은 그걸 조종하는 의사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우리나라 의사는 로봇 수술 분야에서 세계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섬세한 손놀림 유전자는 어디 가지 않는 듯하다. 10년 후에는 로봇·AI 조수와 함께 진료를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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