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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연습생, 민간 캐릭터 최초… ‘펭수’가 여는 파격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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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연습생, 민간 캐릭터 최초… ‘펭수’가 여는 파격 새해

입력
2019.12.27 04:40
수정
2019.12.27 07:5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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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주의 허문 시민의 대변인” 

 역대 최고령 참여자는 102세 전방이옹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는 건 우리의 세밑 풍속이다. 1953년부터 매해 12월 31일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평균 10만여명의 시민이 몰려 대표적 신년 맞이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자리에 올해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검은색 털옷을 입고 노란색 헤드폰을 머리에 쓴 인형, ‘EBS 연습생’ 펭수다. 펭수는 올해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꼽힌 이수정 범죄 심리학 교수 등 11명의 시민대표와 함께 31일 자정 보신각에 올라 33번 종을 친다. 올림픽 등 국가 행사의 마스코트가 아닌 민간 인형 캐릭터가 신년맞이 행사에 초대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EBS ‘자이언트 펭TV’를 비롯해 유튜브에서 활약 중인 펭수는 서울시 홈페이지 등 온라인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시민대표로 선정됐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펭수가 ‘시민이 원하는 리더가 누군인지’를 보여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연습생 신분인 펭수가 역경을 딛고 권위주의를 허물며 시민의 대변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세 자이언트 펭귄 캐릭터인 펭수는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다” 등의 말로 실의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고, “EBS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시민의 대변인’ 펭수의 등장으로 한복을 차려 입은 명사들이 나와 그간 경건하게 열렸던 행사에 이례적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한국일보]제야의 종 타종행사 교통통제구간 /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제야의 종 타종행사 교통통제구간 / 김문중 기자

다양한 인물이 몰린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엔 사연도 많다. 1993년 타종 행사엔 원로 개그맨 구봉서 등 무려 110명이 참여했다. 당시 서울시민 인구가 1,100만을 돌파해 이뤄진 깜짝 이벤트였다. 1999년엔 ‘세기의 만남’이 이뤄졌다. 1897년 태어난 전방이 옹(당시 102세)이 타종 행사에 참여해서였다. 1986년 시민 대표가 타종에 참여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33년 동안 보신각에 오른 이는 총 519명이다.

행사의 긴 역사만큼 해프닝도 속출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였던 투수 출신 박찬호는 남다른 팔 힘으로 2013년 함께 타종하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신철민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주무관은 “박 선수가 종을 치는 당목을 세게 당겨 제일 뒤에 당목을 잡고 있던 내가 끌려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 주무관은 2006년부터 13년 동안 보신각 타종 행사를 주관했다.

31일 밤 타종 행사에는 이밖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알리는 데 앞장선 이철우씨, 6·25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강영구씨 등이 나선다. 모든 시민 대표는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다.

귀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지하철은 종착역 기준 오전 2시까지 1시간 연장 운행하고, 보신각 주변을 지나는 시내버스 42개 노선은 인근 정류소에서 차고지 방향으로 오전 2시 전후로 출발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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