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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VIP’] 표류하는 ‘고구마 전개’ 속 ‘불륜 드라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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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VIP’] 표류하는 ‘고구마 전개’ 속 ‘불륜 드라마’만 남았다

입력
2019.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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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가 끝내 '고구마 전개'를 탈피하지 못한 채 아쉬운 종영을 맞았다. SBS 제공
'VIP'가 끝내 '고구마 전개'를 탈피하지 못한 채 아쉬운 종영을 맞았다. SBS 제공

‘VIP’가 거듭된 ‘고구마 전개’ 속 ‘사이다’ 한 방을 전하지 못한 채 종영을 맞았다.

지난 10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물이다.

‘VIP’는 첫 방송부터 주인공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인 박성준(이상윤)의 ‘불륜녀 찾기’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청아(이현아 역), 곽선영(송미나 역), 표예진(온유리 역) 등의 호연 속 ‘불륜녀’ 코드로 첫 방송 이후 줄곧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VIP’는 8회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초반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VIP’는 지지부진한 ‘고구마 전개’로 불륜녀 찾기 코드를 늘어지게 이어나갔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불륜녀 찾기’에 대한 궁금증은 커졌고, 시청률은 고공행진했다. 9회가 돼서야 비로소 박성준의 불륜녀의 정체가 온유리(표예진)라는 사실과 함께 온유리의 출생의 비밀이 공개됐고, ‘VIP’는 나정선의 흑화와 함께 2막의 시작을 알렸다. 그간 답답했던 전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시청자들 역시 ‘사이다 전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온유리의 정체가 드러난 뒤에도 ‘VIP’를 향한 시청자들의 답답함 호소는 계속됐다. 박성준과 온유리의 불륜 시작점에 ‘혼외 자식’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는 설정으로 설득력을 부여하려 했지만, 이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내지 못했고 안개 속에 가려진 성준의 감정선은 시청자들에게 답답함만을 가중시켰다. 또 회를 거듭할수록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온유리의 ‘안하무인’ 불륜녀 태도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작 나정선의 복수는 마지막 회를 코앞에 두고도 지지부진하게 이루어지며 ‘막장 불륜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원성만이 남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백화점 상위 1% VIP들의 세계를 조명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을 통해 VIP들의 민낯을 파헤치는 예리함을 선보인다’는 초기의 기획 의도나 연출 포인트는 결국 ‘불륜 드라마’라는 타이틀 하에 퇴색된 지 오래였다. 성준의 ‘불륜’ 여부와 그 상대를 두고 시청자들과 작품 간에 벌어졌던 팽팽한 심리싸움 역시 옛말이 됐다.

이 가운데 24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결국 나정선이 박성준, 온유리를 향한 복수를 포기하고 박성준과 이혼을 하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사이다 결말’까지 자취를 감췄다. 파렴치한 태도로 분노를 자아냈던 온유리는 ‘권선징악’ 결말 대신 박성준에게 이별을 고한 뒤 홀로 유학을 떠나는 엔딩을 맞았다. 불륜 커플이 사랑을 이룬 것은 아니었으나, 두 남녀가 나름의 후회 속 최선의 결말을 맞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허무함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결국 불륜녀 온유리의 성장기였던 셈’이었다는 따끔한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느 하나 개운하지 않은 마무리였다. 그나마 ‘VIP’가 남긴 것은 자극적인 전개 속 15%대를 돌파한 시청률과, 악조건 속에서도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이끌어 나간 배우 장나라의 존재감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드라마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작품에 있어 시청률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이야기’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표류하는 전개 속 자극적인 이야기로 진한 아쉬움을 남긴 ‘VIP’가 과연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을 만 한 ‘좋은 작품’이었는 지는, 글쎄. 생각해 봐야 할 듯싶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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